[지금 북녘은] 북, 두벌농사 확대 … 지속가능한 대책 필요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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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에선 올해 가을걷이와 함께 두벌농사가 크게 늘었다. 보리와 밀 중심의 이모작을 확대한 것이다. 평야지에서는 전년보다 절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북이 두벌농사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북은 올해 과학농사를 크게 강조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농사기술을 적극 도입, 적용했다. 종자개량, 적지적작, 토양개량과 지력증진, 비배관리 개선, 기상재해 경감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으로는 ‘새땅찾기’에 나서 3만ha 이상의 경작지를 새롭게 확충하기도 했다. 지금 북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증산실적이 뛰어났던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또 이를 주변에 전파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적잖은 성과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식량을 증산하는 일은 결국 생산성의 증대와 경작지의 확충, 토지이용률의 개선 등을 통해 이뤄진다. 아울러 기상재해를 예방하고, 경감시킬 수 있는 농업 인프라를 확충해야만 지속 가능한 일이다. 북은 이를 위해 첨단 농업기술을 도입, 전파하면서 생산요소의 배합과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는 농업정책을 펴 왔고, 재해경감 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했다. 이번에는 토지이용률을 높이는 두벌농사에 본격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북의 당국이 올 가을 두벌농사에 나선 것이 겉보기에는 매우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두벌농사는 곧바로 증산실적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농물자가 충분히 공급돼야 가능한 일이다. 고된 농사일을 많이 해야 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영농의욕을 높여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다음 작기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하는 일이라 높은 기계화 수준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북은 과거에 ‘알곡 대 알곡’ 방식의 두벌농사를 상당히 버거워했던 적이 잦았다. 어려운 농사여건 때문이었다. 당시 북녘의 농장에서는 일손이 달리는 데다 비료까지 부족해 두벌농사 방침을 제대로 이행치 못했던 것이다. 현재 대북제재 국면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어려움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두벌농사의 관건은 조생계 품종과 비료, 농기계 등에 달려 있다. 올해도 품종개량에 관한 성과는 자주 언급되고 있다. 반면 비료와 농기계 공급실적에는 진전이 없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북중교역이 정상화 되더라도 비료와 농기계 공급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은 아직 이른 듯하다. 북의 대처방안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농기계 문제는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 5개년 전략에서 비중 있게 다뤘던 적이 있다.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또다시 강조했다. 이런 정책기조는 같은 해 당중앙위원회 5차전원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올해는 1월의 8차 당대회, 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또다시 농업기계화 및 생산단위 물질 기술적 토대를 강조했다. 비료문제는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특별히 언급됐던 적이 있다. 비료수급은 북중교역이 중단되면서 다시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벌농사에 필요한 기반이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북의 농업이 크게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증산실적은 식량주권과 그들 체제의 존엄에도 연관된 듯하다. 그렇지만 지나친 증산정책은 농업구조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남북이 함께 한반도 농업을 구상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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