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기본법 국민청원운동을 시작하며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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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요즘 들어 부쩍 대한민국이 기획재정부의 나라임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흉년이었던 벼농사가 올해는 풍년농사로 이어져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7%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자동시장격리제로 양곡정책이 바뀌었다. 정부는 ‘전년 대비 3% 이상 생산량 증가, 5% 이상 가격하락 시’ 조기에 시장격리를 해 가격을 지지해주겠다 호언장담했다. 비상시 보유해야 할 정부비축미 재고량 또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권장량인 80만톤에 훨씬 못 미치는 14만톤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가 신속히 시장격리를 해야 함에도 기재부의 반대에 부딪혀 쌀값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벼 수확 끝난 지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예년과 달리 벼를 사러 다니는 상인들이 전혀 없다. 농협도 서로 눈치 보기 바쁘다. 자칫하면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될까 불안하기는 농민이나 농협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식량수출국들의 농산물수입금지 조치를 경험했으면서도 식량안보에 너무나 둔감하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을 하는데, 이때 배출량의 100%를 농업부문에서만 배출한다고 한다. 식량 부문만 배출하고, 다른 분야는 배출량을 ‘0’으로 한다. 전력과 산업에선 마이너스배출을 하기로 했다. 그만큼 식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1% 이하로 떨어지고 있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적정농지 보전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 4년 동안 태양광, 풍력으로 엄청난 우량농지가 사라졌다. 간척지와 염전은 태양광 패널로 점점 덮이고 있다. 거기에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 법안」을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밀어붙이려 해 통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정부가 제시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 남아있는 모든 농지를 농지보전구역으로 묶어도 부족하다.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농민총궐기가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트랙터투쟁을 통해 제주·해남 땅끝에서부터 지역 농민들의 열기를 모았고 5,000명의 농민들이 서울로 모였다. ‘적폐농정을 갈아엎고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농정을 뒤집자!’는 외침이 그치질 않았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계속된 수입개방으로 농업은 파탄났고, 고투입 방식의 기업농 육성 정책으로 농촌은 소멸위기에 처했다. 최악의 인력난과 치솟는 인건비로 더이상 농사를 지어서는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농 육성을 제아무리 부르짖는다 한들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고 농지는 너무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내고, 학교, 병원 하나, 슈퍼 하나 없는 농촌으로 들어올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소멸의 시기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기후는 더 심해져 농사짓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 달에 10만원밖에 안되는 소농직불금 신설로 농업에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자화자찬하니, 국민들은 농민들이 공짜돈을 엄청 받는 것처럼 오해해 언제까지 퍼줘야 하느냐는 식의 부정적 여론마저 조성되고 있다.

농민이 없으면 식량은 누가 생산할 것인가. 이제, 공산품 팔아 농산물 수입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잘못된 농정의 근본을 뜯어고치려 한다. 지금의「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의 기본방향인 농업을 ‘시장경제원리’에 내맡기겠다는 것 자체가 글러 먹었기 때문이다. 식량과 농지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국민 누구나 안정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받는,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이제 농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여기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제대로 공직자 대우를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사활을 걸고 농업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제대국 중 자국의 식량안보를 남의 나라에 내맡기는 나라는 없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농촌에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집중으로 인한 각종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

여성농민들은 농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농민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농어업경영체법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우리는 새로운 농민 등록제를 통해 여성농민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

이달 1일부터 한 달간 농민기본법 국회청원운동을 시작한다. 10만 청원이 달성돼 농민-국민-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식량주권과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희망한다. 요소수가 만약 식량이었다면 되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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