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농지은행 운영·관리 부적정 사례 다수 확인

투기 방지 기준 미비 … 임대 수탁 농지의 83%,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

상한단가 초과 농지 매입 및 주말·체험영농 목적 농지 수탁·임대 등 적발

  • 입력 2021.11.09 09:1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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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감사원이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 공사) 농지은행 운영·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번 농지은행 운영실태 조사를 통해 11건의 위법·부당사항 및 제도 개선사항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우선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은행의 임대·사용대 수탁기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공사는 농지 규모와 용도 등에 대한 수탁기준만 정하고 있을 뿐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공사에 위탁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나 취득 후 최소 농업경영기간 등에 대한 수탁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농지소유자가 농지 취득 후 자경하지 못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농지소유자의 농지 취득 후 최소 보유 기간은 얼마인지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2016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최근 5년간 공사에 임대 수탁한 25만5,471필지 중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 비율은 83%(21만2,806필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농지 취득 당일 공사에 임대 위탁한 농지가 291필지(78ha), 취득 다음 날부터 1년 이내에 위탁한 농지는 3만4,966필지(2,446ha)로 나타났다. 이 중 농지은행 위·수탁 계약 중도 해지 후 매도한 농지는 791필지며, 취득·매각가격이 모두 확인되는 528필지 중 419필지의 매매차익은 약 110억2,300만원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농지은행 사업 운영 전반에서도 지침 및 법규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공사가 청년창업농의 임차 희망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상한단가를 초과하는 농지를 임의 매입했으며 「농지법」 등에 따른 임대·사용대 수탁 대상이 아닌,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수탁·임대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공사가 2016년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임대·사용대를 수탁한 1,000㎡ 미만 농지(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농지 소유 상한 면적) 4만5,119필지 중 1,301필지의 취득 목적이 주말·체험영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75필지는 공사가 임대·사용대를 수탁할 수 없는 농지로 추정되며, 159필지는 지난 1월 29일 감사가 진행될 당시에도 계속 공사에 수탁해 농민 등에 임대 중이었다.

또 감사원이 지난 2015년 4월 농지은행사업 업무지침을 위반해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농지를 매입하는 일이 없도록 공사에 주의를 촉구했음에도 공사는 농지매매사업 및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 9월 15일까지 5만7,636㎡, 24필지를 9억686만원에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공사가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으로 매도·임대한 농지에 대한 본인 경작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무단 전대·임대 등이 발생한 사례도 적발됐다. 농어촌공사 업무지침에 따르면 농지매매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농지 매입자는 계약일로부터 8년 이내에 해당 농지를 타인에게 무단 임대할 수 없으며(공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 제외), 농지 장기임대차 사업이나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농지를 지원받은 임차자는 계약기간 동안 타인에게 해당 농지를 전대할 수 없다. 또한 공사는 매년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매도·임대한 농지의 쌀소득보전직불금 신청·수령 현황을 확보해 해당 농지의 본인 경작 여부를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공사 창원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92개 지사와 제주지역본부에서는 본인 경작 여부 및 해당 농지의 무단 임대·전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사가 2016년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한 농지 3만4,279필지 중 지원당사자와 쌀소득보전직불금 수령자가 서로 다른 경우는 3,407필지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농어촌공사법 시행령에 농지 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농지의 임대 수탁기준을 마련하고, 임대 등 수탁 대상이 아닌 주말·체험영농 농지를 위탁한 것으로 보이는 175필지 소유자에 대해 「농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공사 사장에게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및 임대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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