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탄소중립 농정,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 전략 세워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l 유럽의 탄소중립 농업정책 ①

팜투포크전략·생물다양성 발표·새 공동농업정책까지 ‘상호보완’

  • 입력 2021.11.01 00: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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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2019년 발표한 ‘그린딜’의 주요 내용.출처: 유럽연합 홈페이지 재가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2019년 발표한 ‘그린딜’의 주요 내용.           출처: 유럽연합 홈페이지 재가공

 

27개 회원국의 정치·경제연합인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탄소중립’ 이슈에 적극 대처해 왔다. EU가 내놓은 최근 탄소중립 이슈는 2019년 12월 ‘그린딜(Green Deal)’과 지난해 말 탄소중립 달성 중간목표를 더 강화한 ‘Fit for 55(2030년까지 40% 탄소감축 목표를 55%로 상향)’ 등이 중심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농업분야는 ‘팜투포크(Farm to 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 환경친화적으로) 전략을 세웠다. EU 탄소중립 농업정책의 특징은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목표와 전략을 세우며 촘촘한 연결망으로 완성돼 있다는 점이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최소 1조유로(1,400조원)의 막대한 투자 계획도 세웠다.

기후변화와 국제협약

전 세계 탄소중립 리더역을 맡고 있는 EU의 기후위기 대처 활동은 그 역사도 깊다.

지난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192개국이 환경협약을 맺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세계가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 이른바 ‘UN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5년 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38개 선진국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2020년에 평균 5.2%를 감축하기로 했다. 당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역할이 부과된 특징이 있고 2005년에 정식 발효됐다.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방지 ‘의무’를 지게 된 것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부터다. 파리협약에 따라 각국은 장기적인 저탄소 발전전략과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의 기후관련 논의는 지난 1998년에 UN 산하에 설립된 정부간협의체, IPCC에서 담당한다.

EU는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해 왔다. 지난 2005년부터 EU 차원의 기후 및 에너지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UN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해 유럽환경청은 매년 탄소 배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같은 자발적이면서도 앞선 노력의 결과로 2017년에는 1990년과 비교해 탄소배출이 22%나 줄어든 성과를 냈다. 당초 감축 목표시기였던 2020년보다 3년이나 앞서 달성한 쾌거다.

유럽연합, 탄소배출권거래제 최초 도입

EU가 탄소배출 감축을 효과적으로 달성한 배경에는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 ETS)’의 운영에 있다는 평가다. EU는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ETS를 도입했다. ETS는 정부가 일정기간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즉 ‘탄소배출권’을 기업에 할당하고, 배출량이 부족하거나 남을 때 이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탄소감축을 하면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이 뒤따르니, 탄소감축의 실질적 효과는 물론 경제성장도 함께 거두게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첫해인 2021년을 앞두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탄소감축 정책을 논의했다. 지난 2019년 EU 집행위가 회원국 시민들의 의식조사를 했는데, 전 시민의 93%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할만큼 탄소중립 선진국조차 이상기후는 일상이 됐다. EU 집행위는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법률과 예산을 ‘탄소중립’ 기준으로 바짝 옥죄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2019년 12월 발표한 ‘유럽 그린딜(Greendeal)’이다. EU 집행위는 그린딜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2020년 ‘유럽 기후법’을 제안했고, 유럽의회 및 각료 이사회를 통해 유럽 기후법 승인 절차를 거쳐 지난해 6월에 유럽 기후법이 발효됐다. 이어 9월에는 2030년 탄소감축비율 목표를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한 ‘FIT for 55’를 내놨다. 올해는 ‘FIT for 55’의 구체적인 방안과 그중 농식품분야의 탄소중립 전략인 ‘팜투포크(Farm to Fork)’, 아울러 생물다양성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EU의 사회질서는 2030년 55%(1990년 대비)의 탄소감축과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이라는 큰 틀로 재편됐다. ‘FIT for 55’에 따라 EU는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대상 분야를 확대하고, EU 역내 수출국들에 대한 탄소국경세(CBAM,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기 분야 등)를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농식품분야는 ‘팜투포크’ 전략으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지만 EU는 농식품분야 탄소감축 문제를 ‘패널티’로 접근하기보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 중요하다. 농어민의 질 높은 삶을 보장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한편으론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설계다.

팜투포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식품공급체계의 친환경화를 말한다. 즉 △농산물을 건강하게 생산해 △공공의 건강을 보장하며 △음식낭비를 줄이는 등 각 단계별 환경친화적 전략이 가동된다.

지난 8월 3일 우리나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친환경농업TF 회의에서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EU의 Farm to Fork 전략의 내용과 시사점’ 발표자료를 통해 “팜투포크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실천하는 농민, 어민 및 기타 식품관련 종사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EU가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 오래전에 전환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후변화와 환경을 악화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농약과 항생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과잉시비를 줄이며 유기농업을 증가시키는 한편 동물복지 개선과 생물다양성을 복원하는 것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팜투포크 전략의 세부목적은 △식품 생산·운송·분배·마케팅·소비 등 전 과정을 포함해 환경영향을 최소한 중립 또는 긍정적으로 전환하고 △식량안보·영양·공공의 건강 보장 △먹거리의 적정가격 공급 등이다. 아울러 EU의 새로운 공동농업정책(2023~2027년)에도 반영돼 있다. 새 공동농업정책 예산의 40%가 탄소중립 방안에 쓰인다.

벨기에 브뤼셀의 한 식료품점에서  '탄소발자국'이 적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처 : 유럽연합 홈페이지
벨기에 브뤼셀의 한 식료품점에서 '탄소발자국'이 적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처 : 유럽연합 홈페이지

 

2030년까지 농약·항생제 50% 감축 … 유기농 25% 확대

먼저 팜투포크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농업분야 목표를 발표했다. 화학농약 사용 50% 감축, 비료사용 20% 감축, 토양의 영양손실률도 최소 50% 감축, 축산·수산물 항생제 판매량 50% 감축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약사용 지침에 규정된 병해충종합관리 조항을 강화하며, 생물학적 제제의 판매장을 확대하고 농약의 환경위험 평가도 강화한다. 비료사용 감축과 관련해선 토양·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다양한 유기폐기물을 비료로 활용하기 위한 영양종합관리 실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는 동물약품과 약품첨가사료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2022년부터 시행한다.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하면서 탄소포집 노력을 하는 농가에게는 공동농업정책을 개정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의 의무시책인 ‘녹색직불’을 폐지하고 선택형 직불성격의 ‘생태직불금’을 도입한다. 정밀농업·유기농업·저탄소농업·동물복지 축산 등의 활동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직불금이다.

EU 집행위는 농축산분야 지속가능성 기준을 상향시켜 EU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먹거리 상품의 기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축산업에서는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6가지(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불소화합물 3종) 중 메탄 감축을 핵심으로 한다. 사료·첨가물 개발, 사양관리 개발, 유전능력 향상 등을 통해 메탄 발생을 줄이고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기회를 확대한다.

식품관리도 ‘탄소중립’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해 소비율이 낮은 곡물, 과일, 채소 콩, 견과류 등의 소비를 늘리고, 기업의 홍보에도 탄소중립의 이념을 각인시킨다. 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EU의 식품분야 모델은 결국 식품생산량의 20%가 폐기물인 EU의 음식품 폐기량도 줄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소매 및 소비단계에서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특히 소비자가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 영양, 첨가물 등의 식품라벨도 한층 엄격하게 관리한다.

아울러 공공분야의 식품조달에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새 공동농업정책은 사회적으로 건강한 농축산식품, 예를 들면 유기농 과일·채소에 대해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을 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농촌지역의 인터넷망도 개선하는데, 2025년까지 모든 농촌지역에 광대역 인터넷 연결망도 100% 설치할 계획이다. 이같은 인터넷 환경 개선은 농촌지역 일자리, 사업창업, 투자 증가, 삶의질 개선을 위한 조치다.

생물다양성 전략도 발표

EU 집행위는 생물다양성 문제도 탄소중립의 중요한 대책으로 보고 지난 5월 관련 전략도 발표했다. 역시 2050년 탄소중립 완전 달성의 과도기인 2030년까지 유럽의 생물다양성이 회복되도록 자연, 농지, 토양, 산림, 재생에너지, 침투외래종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정책수단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농업과 관련된 항목을 찾아보면, 팜투포크 전략에서 제시한 농약·비료(각각 50%·20%) 감축, 유기농 비중 25% 확대를 비롯해 농경지 중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비중을 10% 이상 확대하고 나무를 30억 그루 이상을 심는다. 특히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에 농업분야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들은 새 공동농업정책의 회원국 전략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 생물다양성 보존방안으로 △유럽 토지 및 해양의 30% 이상 보호구역으로 지정 △산림 및 해양어업 분야에서 자연 훼손 방지책 마련 △농지의 10%를 ‘다양성 보존 지형’으로 전환 △삼림 조성과 복원을 통해 생물 다양성 손실 방지 △하천 2만5,000km 복원 등이 있다.

EU의 공동농업정책-팜투포크전략-생물다양성전략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유럽 그린딜’의 핵심전략이자 핵심정책으로 농식품분야의 탄소중립에 일조한다.

촘촘한 전략을 세운 EU는 전 지구적 탄소중립을 위해 국제사회를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각 분야의 탄소중립 의무활동을 수출국들에게도 동참하도록 하는 각종 방침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EU 역내 수출국들이 각 분야 탄소중립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원재정 기자

*자료제공: 주한 EU 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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