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친환경농민들, 그리고 ‘새로운 5년’

  • 입력 2021.10.10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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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을 정부가 확정한 가운데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마전리 들녘에서 여성농민들이 친환경으로 재배할 마늘을 파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을 정부가 확정한 가운데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마전리 들녘에서 여성농민들이 친환경으로 재배할 마늘을 파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기도 안성시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A씨는 지난달 13일 민간인증기관으로부터 처분통지서를 받았다. A씨 논의 벼에서 합성농약성분이 검출돼 인증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농약 검출로 인해 A씨는「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에 따라 ‘1차 시정명령’ 통지를 받았다.

확인 결과, 지난 7월 27일과 8월 10~11일 인근 일반농가 농민의 요청에 따라 지역농협이 드론 방제를 진행하던 중, A씨의 친환경 논에 드론에서 살포된 농약이 비산된 것이었다.

시정명령을 받으면 A씨의 친환경인증은 ‘정지’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친환경인증제)은 불가항력적인 요인(바람에 의한 흩날림, 농업용수로 인한 오염 등)으로 친환경농산물에 잔류농약이 혼입될 시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도록 규정됐다. 2차로 ‘위반사례’가 발생할 시 2차 시정명령을 내리며, 3차 ‘위반사례’ 발생 시엔 삼진아웃, 즉 인증을 취소당한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법적 제재가 완화되긴 했다. 과거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농약이 검출되면 한 번에 인증취소였다. 그러나 시정명령이든 인증취소든 인증이 멈추는 것은 매한가지며, 학교급식 등 친환경농산물 판로가 끊기는 것도 매한가지다. A씨는 자신이 재배한 쌀의 학교급식 출하를 정지당했다.

직접적으로 농민들에게 처분을 내리는 곳은 민간인증기관이다. A씨에게 시정명령 처분통지서를 보낸 인증기관 직원은 “A씨의 소명 노력으로, 검출된 농약이 A씨가 직접 뿌린 게 아니라 지역농협의 드론 방제 과정에서 ‘비의도적 혼입’된 것임은 확실히 밝혀졌다”면서도 “그럼에도 민간인증기관 입장에선 현행법상 시정명령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증기관 뒤에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주명, 농관원)이 인증기관들이 ‘제대로 농민들을 처벌하는지’ 감시한다. 해당 인증기관 직원은 “농관원은 인증기관들이 농약 검출농가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시스템상 파악 가능하다. 따라서 아무리 농가들로선 억울한 상황이라 해도, 인증기관 입장에선 법적 기준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엔 장마 때문에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난데없는 인증 정지로 농사를 망쳤다”며 “그렇다고 드론을 통해 방제하는 일반농가들에게 드론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결국 친환경인증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을 부르짖는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농업은 농정의 새로운 기반 중 하나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러나 현행 친환경인증제 등 친환경농업 제도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지어는 친환경농민을 ‘예비범죄자’ 취급하고, 친환경농업의 본질적 가치(생태환경 보전)와 동떨어진, 그저 ‘잔류농약 검출’에만 집중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기의 친환경농민들은 ‘새로운 5년’을 맞이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친환경농업계와의 협의 끝에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5차 5개년계획)을 확정지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정>은 지난 6일 5차 5개년계획 수립에 나섰던 농민·먹거리단체 대표자 및 학계 전문가, 농식품부 관계자를 초빙해 5차 5개년계획 수립 이후 친환경농업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현행 친환경인증제의 개선 및 친환경농업의 본질인 ‘생태보전’을 위한 정책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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