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다시 훈풍이 분다”

  • 입력 2021.10.10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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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북 통신연락선이 지난 4일 다시 복원됐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반도에는 다시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북경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스포츠교류를 비롯해 남북정상회담과 인도적 교류협력, 북미대화 등이 잇따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남북 통신연락선은 지난해 6월 북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닫혔다가 올해 7월 남북정상 간의 합의로 복원된 적 있다. 그러다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북이 또다시 닫았던 것이 바로 이 통신연락선이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이어 통신연락선까지 복원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기대를 낳게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해석이다.

통신연락선 복원 다음 날인 5일에는 북의 매체에서 조국통일연구원 명의의 기고문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에 있어 우리 정부에 대해 ‘민족자주성’과 ‘이중잣대’, ‘적대정책’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그동안 강조해 온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이 기고문은 실무 당국자의 입을 빌린 것으로, 북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북이 평소 지적하던 내용이 담겨 있어 이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북은 군비확충이나 군사훈련에 대해 남측에서 ‘도발’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반발해 왔다. 남북관계에서 한미공조를 강조해 온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라며 힐난해 왔다.

향후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 있어 이같은 당국 간의 입장 차이는 피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충돌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 보인다. 북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란 사실 엄청난 요구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제시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호응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북의 태도에서 겉으로 드러난 수사를 빼고 본다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다시 개선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 셈이다. 이 핵심 내용에는 북미관계를 따로 개선하려는 북의 의중과 전략도 함께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지난 3일(현지 시간)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의 입장에 대해 일단 호응하는 모양새다.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 과정에서 최대 난제이자 변수를 꼽는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라 하겠다. 중국과 미국 입장에서는 그들 간의 대결이 언제나 남북관계 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중갈등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어서 이 세기의 대결이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역설이기도 하다.

또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 역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구체적 과정에서 여전히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정면으로 돌파하기에는 아직 남북관계가 충분하게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추동하면서 동시에 대북제재 국면을 완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남북 농업협력은 남북관계 복원에 있어서 여전히 유효하며, 절묘한 맞춤이다. 농업부문의 교류협력은 식량을 증산하려는 북의 핵심정책과 맞닿아 있다. 산림을 복원하려는 그들의 오랜 노고를 반영하는 협력이다. 또 농업기계화, 종자혁명, 과학농사 등을 앞당겨 실현할 협력이다. 이번 훈풍에 농업협력이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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