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9개 농협 275억 부실대출 … 농민들 ‘억장’

총 연체금액 137억원·손실규모 40억원대 자체 추정

전농 전북도연맹, 신용사업 비판 및 엄정 수사 촉구

직원 과오·비리 사건에 대손충당금 사용도 논란거리

  • 입력 2021.09.12 18:00
  • 수정 2021.09.13 13: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북지역 9개 농협이 부실한 절차로 기업대출을 진행했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는 경매·공매 등 환수작업 이후의 예상피해액을 40억~45억원으로 밝혔지만 현재로선 137억원이 미수 상태다. 농민들은 지역농협 신용사업의 한심한 행태를 비판하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출이 이뤄진 건 2017년 12월에서 2018년 3월 사이다. 김제지역 7개 농협(동김제·백구·광활·진봉·금산·공덕·용지농협)과 무주농협이 군산의 한 미분양 연립주택을 담보로 225억200만원의 공동대출을 감행했고 전주농협은 인천의 상가를 담보로 49억5,400만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인천 상가 역시 군산 연립주택과 사실상 채무자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한 사업자에게 275억원 규모의 공동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대출규모나 공동대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는 대출 승인 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 문제의 농협들은 △소요자금 적정성과 상환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음은 물론 △담보인정비율을 상향할 수 없는 미분양 연립주택임에도 10%를 상향해주고 △외부감정평가 의뢰 시 절차를 위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장조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거나 △미분양 상태임을 인지하고서도 자의적으로 분양으로 간주하고 절차를 진행한 농협도 있었다.

농협이 특히 철저를 기하는 신용사업에서, 일개 농협도 아닌 9개 농협이 무더기로 절차를 얼버무렸다는 점에서 단순 과오를 넘어 내부 유력인사를 중심으로 한 모종의 비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채권 부실이 발생했고 현재 미수금 규모는 동김제농협 38억원을 필두로 대부분의 농협이 10억원대씩, 총 137억1,953만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지난 8일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 앞에서 전북 9개 지역농협들의 불법대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지난 8일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 앞에서 전북 9개 지역농협들의 불법대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가 최근 규정 개정과 전산시스템 강화를 중심으로 한 ‘전북농협 부실대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농민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종)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들을 위한 경제사업보다는 수익만을 중시하는 신용사업에 더 몰두하고 있으며, 그 수익마저 대부분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며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짚었다. 또 “지역농협의 대출에 지연·학연 등 개인적인 인연이나 인맥을 내세워 활동하는 브로커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브로커들은 건실한 기업의 대출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업자를 중심으로 한 개발업자들과 공모해 부실대출을 유도·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농협 경제사업 비중을 높이는 규정을 만들 것 △전국 지역농협 경영지표 관련사항을 매년 언론에 공표할 것 △비상임 이·감사의 감시기능을 높이고 조합장·상임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대종 의장은 이에 더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배후 브로커와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내 처벌할 것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가 근본적·구조적 대책을 제시할 것 △국회와 정부가 농협법·농협관료 문제 등 농협개혁에 발 벗고 나설 것을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농협들은 추가 환수작업 후 대손충당금 처리를 하면 피해를 거의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 대손충당금 사용 역시 논란거리다. 표면상으로만 봐도 직원의 과오로 인한 손실이며 이면에 임원 비리의 가능성이 짙게 드리워 있기 때문이다.

조경희 김제시농민회장은 “조합의 대손충당금은 정상적인 절차로 대출을 했고 불가피한 사유로 회수할 수 없게 된 경우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엄연히 직원의 잘못이고 총체적 비리가 관련된 것인데 대손충당금을 활용하는 건 부당하다”며 “이참에 대손충당금이 너무 많게 혹은 적게 적립되고 있진 않은지, 이번과 같은 일에 엉뚱하게 지출되진 않는지 반드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