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제철 배는 신화·황금배 … 사과 시장 새 얼굴 ‘아리수’

  • 입력 2021.09.10 11:18
  • 수정 2021.09.10 18:3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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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권상준 한배농원 대표가 지난 7일 선별 작업이 끝난 황금배 중 한 개를 들어 당도를 측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권상준 한배농원 대표가 지난 7일 선별 작업이 끝난 황금배 중 한 개를 들어 당도를 측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진청)은 올해 추석 햇사과와 햇배의 추천 품종으로 각각 두 가지 국내 육성 품종을 추천하고 있다. 이들 품종 모두 9월 상순에서 중순 사이 숙기를 맞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추석은 9월 하순의 시작점에 온다. 이른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장 최상의 맛과 신선도를 지닌 사과와 배를 맛보려면 시장에 흔한 ‘부사’와 ‘신고’ 대신 숙기를 맞은 품종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흔히 과일의 ‘제철’을 계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같은 작목 안에서도 품종별로 숙기가 적게는 10일에서부터 많게는 두세 달까지도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다면, 매년 그 시기가 달라지는 추석에 맞춰 매년 최상의 사과와 배를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또 명절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지났다고 해서 혹여나 좋은 물건을 구하지 못할까 봐 구매 욕구를 저울질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 사과와 배의 제철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주자를 바꾸며 가을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맛없는 명절 배, 이유는?

추석과 설을 담당하는 품종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돼있는 사과와 달리, 배는 단일 품종으로 두 명절을 모두 담당하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 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품종 신고는 통상 9월 하순 끝단~10월 상순이 숙기다. 이는 최대 주산지인 나주 기준으로, 북부로 올라가면 출하 시기는 더욱 늦춰진다.

문제는 이른 추석이 오는 경우다. 신고를 그대로 키웠다간 덜 익은 물건이 추석 시장에 나갈 수밖에 없어 ‘지베렐린 도포제(GA)’라고 불리는 성장촉진제 사용이 사실상 강제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추석 대목을 놓치기 어렵고. 그렇다고 품종을 바꾸자니 판로가 불투명하거니와 새 나무가 자리 잡는 3년 동안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성장촉진제를 사용하면 출하 시기를 1주일가량 앞당길 수 있지만, 맛과 식감의 저하를 부르는 부작용을 낳는다. ‘맛없는 추석 배’는 십중팔구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제철이 늘 일정한 과일을 시장 요구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 추석에 맞춰야 하니 소비자도 농가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명절 기간에 홍수 출하되는 배 ‘신고’ 외에도 국내 배 재배지엔 농진청 등 국가기관이 육성하고 출원한 국내 품종이 다수 존재한다. 조생종·조중생종·중생종·만생종 등 숙기별로, 또 식미·재배안정성·다수량·병해저항성 등 기능별로 다양한 품종의 배가 있다. 농진청 농업정보포털 ‘농사로’에 등록된 생식용 국내 품종 배는 27가지에 이른다.

전남 나주시에서 국내 품종 배 재배에 앞장서고 있는 권상준 한배농원 대표는 올해 재배면적의 40%를 황금배·추황배·만황 등의 국내 품종으로 채웠다. 권 대표는 “시장에서 ‘배’라고 하면 갈색에 동그란 모양만 생각한 지가 40년이다. 소비자들이 신고만을 찾고, 상인들도 팔리는 것만 사서 유통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갈색, 노란색, 초록색 등 시기마다 맛있는 배의 색깔이 달라진다. 과피를 보지 말고 맛을 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재배해 본 국내 품종 대부분이 신고보다 훨씬 높은 고당도로 유통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품종을 기르면 배 특성상 더욱 수정이 잘 돼, 신고에만 집중했을 때보다 신고의 품질도 올라가는 장점도 생긴다”라며 “즉 국내 품종 생산과 소비가 확산되면 소비자들은 맛있는 배를 먹을 기회를 더욱 자주 부여받고, 농가들은 더 좋은 품질의 배를 생산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황금배에 물린 휴대용 비파괴당도측정기에 15.6브릭스의 높은 당도가 표시되고 있다.

농진청, ‘신화’·‘황금배’ 추천

9월 하순 기간 중에서도 도입부에 걸친 올해 추석에 가장 추천할 만한 배 품종은 ‘신화’와 ‘황금배’, 그리고 ‘화산’이다. 신화와 황금배는 9월 중순이 숙기로, 추석 출하 시기 즈음 딱 잘 익은 물건이 출하된다.

신화는 2013년부터 묘목이 보급된 비교적 최신 품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고에 화산을 교배해 만들었다. 나주에서의 숙기는 9월 상순경으로 올해 추석 출하에 매우 적합하다. 당도는 13브릭스 정도로 신고보다 약간 높고 마찬가지로 과즙이 풍부한데, 골이 생기지 않은 신화는 신고처럼 외관도 나쁘지 않아 추석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신화를 육성하는 데 쓰인 화산도 이번 추석 구매에 적합하다. 본래 화산의 숙기는 신화보다 늦은 9월 중순이지만 올해 꽃 피는 시기가 평년보다 10일가량 빨리 와 일찍 성숙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신화와 마찬가지로 13브릭스 수준의 당도에 신맛이 적어 배의 단맛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금배는 신고에 ‘이십세기’를 교배해 1984년 출원된 품종이다. 마찬가지로 숙기는 9월 상순인데 외관상으로는 앞선 품종들과 크게 다르다. 껍질이 두껍고 매끈한 신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화나 화산과 달리 황금배는 약간의 푸른빛과 함께 주근깨를 지닌 얇은 껍질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식감을 더해 껍질을 제거하지 않아도 섭취에 무리가 없는 장점을 지닌다.

아리수는 추석 출하용 국내 품종 사과로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농촌진흥청 제공
아리수는 추석 출하용 국내 품종 사과로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농촌진흥청 제공

‘홍로’에 ‘아리수’ 더한 추석 사과

사과의 경우 배의 신고처럼 일본에서 전파된 품종 ‘부사(후지)’가 재배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추석 기간 만큼은 국내 품종이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부사의 특수성 덕으로, 통상 10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만생종 부사는 보통의 경우 이듬해 추석까지는 저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소, 이산화탄소, 에틸렌의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을 장기간 저장하는 ‘CA저장’의 등장으로 사과를 반년 이상도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저장 부사를 추석까지 유통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하고는 있다.

여전히 높은 부사의 점유율 때문에 늦가을 이후론 설을 거쳐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부사 이외의 사과를 접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다.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는 1년 중 늦여름부터 추석까지의 짧은 한 철이 색다른 사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농진청이 올해 추석에 맞춰 추천하는 품종은 ‘홍로’와 ‘아리수’다. 홍로는 추석 과수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대표적인 국산 사과 품종으로, 1호 국산 품종이라는 지위도 갖고 있다. 어깨에 굴곡이 있어 다른 사과와 구분이 쉽다. 당도는 14.5브릭스로 높은 편이고, 크기도 300g 정도로 커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부사 아니면 홍로’인 사과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품종이 있으니 ‘아리수’다. 아리수는 당도 15.9브릭스로 홍로보다 더욱 높은 당도를 지녔으며,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모양은 굴곡 없이 매끈하며 깎아 두었을 때 갈변현상이 적어 가공용으로도 좋다. 고온에도 껍질 색이 빨갛게 잘 들어 기후변화에도 잘 대응하는 품종이다.

다만 아리수는 2010년대에 들어서야 보급이 이뤄져 아직 재배량이 많지 않은 품종으로, 올해 800톤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7만4,000여 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홍로보다는 매우 적지만, 소비·재배 선호도에 힘입어 지난 2019년 160ha였던 재배면적이 올해 521ha까지 늘어나는 등 내년에는 더 많은 아리수가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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