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추 유통의 구심점, 대관령원협의 경제사업

신용사업 30%에 경제사업 70%
포전거래 방식 매취형 계약재배
탄탄한 시설로 가공판매 활성화

  • 입력 2021.09.03 10:5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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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의 한 고랭지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대관령원예농협은 농가와 매취계약을 통해 밭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관령원예농협(조합장 유영환)은 우리나라 배추 유통에 있어 상징적인 농협이다. 관할지역인 평창·강릉 고랭지배추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배추 계약재배를 수행하면서 연중 절임배추를 생산한다. 지역농협·품목농협의 범주를 벗어난 사실상의 ‘전국구 농협’이지만, 관할지역의 출하철에 좀더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건 정한 이치다. 강원도 고랭지배추 성출하기를 맞아 대관령원협은 올 여름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관령원협의 사업구조는 신용사업 30%, 경제사업 70%로 이뤄져 있다. 대다수의 농협이 ‘돈 안되고 힘든’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비율이다. 일찍이 2000년대부터 계약재배 활성화에 열을 올렸던 농협으로, 전통적으로 경제사업에 대한 의지가 각별하다.

계약재배 방식 또한 독특하다. 계약 형태는 매취 90%에 수탁 10%. 농가가 원할 경우 수탁계약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취계약을 진행한다. 매취계약을 하게 되면 농가는 정식한 지 20일만에 밭에서 손을 떼고 이 때부터 대관령원협이 직접 관리를 시작한다. 즉 농협이 산지수집상의 역할(포전거래)을 하는 셈인데, 계약 시점이 민간보다 빠르고 농협으로서 공공성을 담보한다는 특징이 있다.

유영환 조합장은 “계약 시점이 빠르면 생산비가 적게 들어가니 농가소득이 높아지고, 이후의 리스크를 농협이 떠안게 된다. 또 평당 배추 계약단가를 보통 1만500~1만1,000원 수준으로 책정하는데 과거 8,000~1만원대까지 중구난방하던 민간 포전거래 가격에 이 단가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계약재배는 관할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름철엔 인근 고랭지배추를 취급하지만 겨울엔 전남 해남, 봄엔 경북 문경·충남 예산 등 지역을 돌아가며 계약재배를 진행한다. 월동배추 주산지인 해남엔 아예 3명의 직원이 상주하기도 한다. 연중 작업이 끊이지 않다 보니 인력을 꾸준히 기용해야 하고 그만큼 사업 안정성이 견고해진다. 코로나 시국 농촌에 닥친 지독한 인력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대관령원협 채소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렇게 공격적인 계약재배가 가능한 건 인프라가 받쳐 주기 때문이다. 대관령원협 배추 절임공장에선 연간 5,000톤 이상의 절임배추를 생산해 종가집 등 메이저 김치업체와 하나로마트·온라인 등으로 판매한다. 원물로 환산하면 1만톤 이상이다. 공격적인 경제사업이 정부의 전폭적 시설지원을 이끌어냈고, 탄탄하게 갖춘 시설로 인해 더욱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배추에 관해선 업계에서 ‘아쉬울 때 바라볼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정부 채소가격안정제나 비축사업도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돋보이는 건 배추만이 아니다. 무·양상추·대파·고추·파슬리 등 다양한 품목에 경제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양상추는 배추 절임공장보다 10년 가까이 먼저 만든(2005년) 전처리공장 가공을 통해 KFC·맥도날드·롯데리아 등 주요 프랜차이즈로 연중 납품하고 있다. 김승옥 대관령원협 산지유통사업소장은 “전처리공장을 처음 만들었을 땐 감자 등 카레재료를 조금씩 납품했는데 당시엔 오히려 시장이 우리 사업을 못 따라와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에서야 우리 사업과 시장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관령원협이라고 경제사업의 수익성이 좋은 건 아니다. 공장을 끊임없이 가동해도 수익이 날까말까한 상황이며 2013년 배추가격 폭락 땐 12억원 규모의 자본잠식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사업에의 애착은 여전히 뜨겁다. 직원들은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을 불평하지 않고 11명의 이·감사들은 각기 담당품목을 맡아 신속한 경제사업 업무를 지원한다. 지난달 20일엔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총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합 내에 수익은 많이 남지 않을지 몰라도 조합원들과 농협 조직을 향한 메시지는 무엇보다 깊게 남는다. 매취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응과 함께 판매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 대관령원협 경제사업의 동력은 아직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원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주요 프랜차이즈에 납품하고 있는 콘샐러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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