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북 “식량형편 긴장” 언급, 정부의 적극 대응 필요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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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

지금 북녘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북은 최근 당 중앙위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어려운 식량사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쉬쉬할 듯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이다. 북의 최고지도자는 또 경제와 민생에 관련된 ‘특별명령서’를 발령하기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알려진 것처럼 북의 식량문제에는 만성적이며,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촘촘히 조여진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경폐쇄, 그리고 잦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현재 북의 농업은 어려움에 놓여있다. 지난해 식량생산량은 당초 목표에 크게 밑돌았다. 식량의 양뿐만 아니라 알곡의 품질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현재 북의 농업은 자력갱생 노선에서 가장 큰 책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자력갱생’이란 정책은 사실 강요된 선택에 가깝다. 지난 몇 년 동안 북의 경제를 견인해 온 분야는 농업·건설·군수였다. 올해부터는 금속과 화학산업을 육성키로 했다. 그렇지만 자력갱생 노선에서는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에 따른 정책적 역설이며, 악순환이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와 농촌진흥청 추산에 따르면 현재 북에서 부족한 식량은 80만톤을 웃도는 양이다. 일부 서방 언론에서는 100만톤 이상이 부족하다는 보도를 쏟아낸 적도 있다. 이러한 분석에는 ‘선한 의도’와 ‘나쁜 의도’가 함께 섞여 있다고 하겠다. 이런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북의 식량사정이 나쁘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의 식량사정을 모니터링한 공식적인 분석자료를 더이상 생성하지 않고 있다. 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련분야 연구기관의 비공식 추산을 인용하는 셈이다. 남북관계에서 북의 식량수급 실태가 대단히 중요함에도 말이다.

현재 북의 식량사정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다면 이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식량문제를 대화 또는 협상의 시작점으로만 본다면 그것은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어쩌면 과감한 인도적 조치가 우선일 수 있겠다. 한반도에서 인도적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남북이 이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일이다.

향후 북의 대외정책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다. 식량증산은 자력갱생의 노선에서 최우선 과제였다. 때문에 그동안 이에 대한 방침은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당면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도리어 관련 정책의 유연성이 높아진 셈이다.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던 점과 연관된 대목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작은 원칙에는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관점이 성립된다.

한편 통일부는 이와 관련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대내외 정책결정에 따라 후속 이행 조치가 나올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 인도주의협력, 남북·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북의 식량문제에 대해 우선적이며, 능동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 북의 식량자급률이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와는 아주 다른 양상이다. 북의 식량문제는 결국 자급률 100%에 도달하기 위한 추가비용의 경제성과 외부에서 조달 가능한 ‘식량접근성’에 달린 셈이다. 북의 식량주권은 한반도의 평화와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결국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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