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작지, 통일농업 위한 ‘교류의 장’이자 ‘연구단지’”

인터뷰 l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21.06.20 18:00
  • 수정 2021.06.27 21:1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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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통일농업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20년 전 지역 일꾼으로서 못자리용 비닐보내기운동 성사에 헌신했던 박흥식 전농 의장은, 올해는 전농 대표자로서 통일경작지 조성사업 성사를 이끌었다. 20년간 꾸준히 통일농업의 현장에서 앞장서 온 박 의장을 지난 10일 연천 통일경작지 인근에서 만났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승호 기자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승호 기자

통일경작지 조성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걸로 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이 무력화되고,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남북관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을 어찌 풀지 고민하다가 남북농민 통일경작지 조성을 해보자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래서 경기도와 먼저 이야기했고, 경기도에서 농지가 확보된다면 한 번 해보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메시지도 있었다. 그리하여 연천 군남댐 인근 홍수조절지를 부지로 확보했다.

필설로 다 표현하긴 어렵지만, 조성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각에선 올해 조성은 어렵지 않겠냐고도 했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에 대한 설득을 멈추지 않았고,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우여곡절 끝에 통일경작지 조성에 이르러 기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통일농업 실현을 위한 전농의 통일경작지 운영 방안은?

첫째, 범국민적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려 한다. 통일경작지는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내에 조성됐다는 게 중요하다. 농민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이곳에 와서 분단 현실을 느끼고, 민통선 안에서 경작도 하면서 ‘통일이 왜 필요한가’를 절실히 느끼는 교육장이 통일경작지다.

둘째, 남북농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통일경작지에서 8km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측의 농지가 있다. 이 일대를 남북농민이 서로의 농산물도 교류하고, 좋은 종자도 교환하며, 농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서 마련하고자 한다.

셋째, 통일농업 발전을 위한 연구단지로서도 계획 중이다. 연천은 한반도의 중간지역이다. 기후변화 상황에서 남북 모두에 적합한 농사를 연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남북 공동의 식량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접경지역에서 필요한 ‘남북 모두에 적합한 농사’는?

친환경농업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북은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던 상황에서 친환경농업 발달에 공을 들였다. 연천·철원 등 접경지역 농민들을 설득해 통일농업에 동참할 수 있게 하고, 접경지역에 친환경농업 지구를 조성함에 따른 남북농민 교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두루미다. 통일경작지가 조성된 군남댐 홍수조절지는 지난 5년간 수풀과 나무가 무성했는데, 그땐 두루미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논 조성을 통해 두루미에게 먹거리 및 쉼터를 제공할 수 있다. 통일경작지는 통일농업의 공간으로서도, 친환경농사를 통한 철새 서식지 복원에 따른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통일농업이 실현돼야 하는 이유는?

예를 들겠다. 북에는 감귤이 생산되지 않는다. 반면 남측 제주도 농민들은 항시 감귤 가격 폭락 때문에 힘들다. 이 감귤을 북측에서 많이 나는 농산물과 교역한다면, 제주도에선 가격 폭락 문제가 해결돼 안정적 가격이 형성되고, 북에선 남쪽에서만 나는 과일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북에서 과잉된 농산물을 남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식의 ‘유무상통’을 통해 서로 부족한 걸 채우고 과도한 걸 더는 과정이 통일농업에선 중요하다.

‘유무상통’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북녘 농업의 특징은?

북은 최근 국가 차원에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라는 경축순환농업 체계 구축에 매진한다. 강원도 세포지구 축산기지, 양강도 대홍단군 돼지-감자 순환생산체계가 대표적 사례다. 대북제재로 인해 외부에서 화학비료 등 농자재를 들여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은 내부자원을 최대한 순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난의 행군 막바지인 2001년 방북했을 때 황해남도 신천에서 본 장면이 기억난다. 비료가 부족해서 농민들이 하천과 그 주변에서 퇴비에 쓸 각종 분뇨나 그 밖의 물질을 등짐에 실은 채 가져가 밭에서 거름으로 쓰는 걸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 이후로도 북은 축산분뇨를 활용한 순환농법을 계속 추진해 왔으니, 그것이 바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다. 향후 한반도의 경축순환농업 발전을 위한 남북 공조가 필요하다.

또한 요즘 남측에선 무분별한 농지 태양광 확대 시도로 농지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북에선 농지가 아닌 집집마다, 건물마다 태양광을 설치해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한다. 농지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중요한 공간인 만큼, 농지보전을 위한 남북협력도 중요하다고 본다.

통일농업 실현을 위한 전농의 향후 투쟁 방향은?

최근 미국이 한반도에서 보이는 행태들을 보며 우려가 크다.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으며, 북과 중국을 겨냥한 사드가 배치되고, 부산에선 세균전 연습이 진행된다. 군산 미군기지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게다가 2018년 판문점선언과 북미회담에도 불구하고, 당시 약속과 배치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율배반적이다. 오는 8월 15일을 전후해 이와 관련한 실천활동을 시민사회에서 벌이고자 논의 중이다.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이러한 전쟁연습과 대북제재를 중단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평화통일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동참이 늘어나야만 가능하다. 통일경작지 사업과 각지의 통일모내기 사업은 이를 위한 마중물로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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