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들춰낸 농촌 인력문제, 해법은

사람 없는 농촌,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 입력 2021.06.1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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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6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에 위치한 1만여 평의 수박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수박 열매를 놓을 깔판을 놓고 있다. 한 농민은 “밭농사 특성상 일손이 정말 많이 필요한데 요샌 인력이 없어서 농사짓기 힘들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며 농번기 농촌 인력 대책이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한승호 기자
지난달 26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에 위치한 1만여 평의 수박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수박 열매를 놓을 깔판을 놓고 있다. 한 농민은 “밭농사 특성상 일손이 정말 많이 필요한데 요샌 인력이 없어서 농사짓기 힘들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며 농번기 농촌 인력 대책이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남자 일당(농작업비)은 이젠 기본이 10만원”이라는 농민들의 허탈한 푸념을 들었던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2021년 봄, 양파·마늘을 수확하는 남부지역 산지에선 남자 기준 하루 품삯이 17만원까지 뛰었다. 그나마도 사람이 없어 작업을 못 하는 실정. 농촌의 상황은 허탈을 넘어 절망이다.

농촌의 인력부족은 이미 오래 묵은 문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구호 아래 196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됐고 1980년대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농촌공동화에 대한 고민은 놀라우리만치 누락돼 있었다.

‘사람’은 애당초 포기했으되 ‘인력’에 있어서만큼은 그래도 일말의 비전을 갖고 있었다. 농업 규모화와 기계화가 그것이다. 공동체가 사라지고 문화가 소실되고 환경이 훼손될지언정 기계가 있으면 식량 생산만은 걱정할 게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그 비전 역시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아무리 기계화가 진행된다 한들 농작업, 특히 밭농사는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일이다. 당시의 정책 입안자들은 혹여 기계화가 인력부족을 훌륭하게 메웠다 믿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농업인력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주역은 기계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들이다. 정책이 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그 소외된 공간 속에서 우리 농업은 불법체류 외국인들과 모세혈관처럼 엉겨붙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지금껏 이처럼 불편한 구조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다. 이따금씩 “외국인 노동자들 없으면 다 굶어 죽는다”는 단편적 자조만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악성 전염병의 유행으로 이제 이 불편한 구조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농촌엔 사람이 없고, 남은 사람들조차 너무 늙었다. 외국인 입국이 잠시만 막혀도 이토록 엄청난 혼란에 빠질 만큼, 우리 농업의 체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코로나19가 우리의 눈 앞으로 끄집어올린 진실이다.

자급력을 잃은 게 그나마 농산물 자체가 아닌 농업 노동력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1차산업을 경제논리 아래 방임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를 우리는 이참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대로 농산물 자급력마저 잃어버리기 전에 시급히 농촌 인력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명쾌한 답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농업과 농촌은 이미 대다수 도시민들이 돌아오기 어려운 영역이 돼버렸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농업 인력구조 또한 섣불리 손대기엔 너무나 중추적이다. 근본적으로는 농업소득과 국가 산업구조 등 훨씬 큰 단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다만 정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농촌의 앞날은 지금까지보다 조금은 더 희망적이다. ‘인력’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까지 확대한다면 농촌 정책 전반에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인력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정부를 농업계 모두가 지원하고 닦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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