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북녘의 ‘모내기전투’가 비상하다

  • 입력 2021.06.06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녘에서는 ‘모내기전투’가 한창이다. 북에선 여러 일에 전투적 용어를 빗대지만 ‘모내기전투’ 만큼 실감 나는 예를 찾기 어렵다. 그야말로 지금 전투적 분위기다. 당과 군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소와 학교에서도 모내기전투에 줄지어 참여한다. “모내기철에는 아궁이 앞 부지깽이도 뛴다”는 옛말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북은 기후와 농업용수, 품종 등을 감안해 평양 이남에서는 대개 4월 중순부터, 평양 이북은 5월 중순부터 모내기에 본격 나서게 된다. 그동안 북에서는 농업용수가 부족하거나 보온못자리와 이앙기계 등이 여의치 못해 제때에 모내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적이 적지 않았다. 이럴 경우 대개 수확고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그곳은 잦은 봄 가뭄과 함께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벼농사에 있어서도 적기적작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

‘손에 든 모와 땅에 꽂은 모가 다르다’는 농사격언처럼 북녘의 모내기철에는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보도 매체를 통해 문덕군 상팔협동농장에서 새벽어둠 속에서 모뜨기를 한 분조장의 얘기나 숙천군 검흥농장에서 새벽에도 쓰레치기를 한 트랙터 기사에 관한 얘기를 전하며 제철 모내기를 다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북녘을 대표하는 들녘, ‘열두삼천리벌’에서도 모내기철을 맞아 구슬땀을 쏟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문덕과 숙천, 평원군에 닿은 ‘열두삼천리벌’을 취재한 북의 매체는 “모를 기르고 모를 내는 조건은 예년보다 어렵지만 ‘과학적인 타산’과 ‘일본새의 혁신’을 통해 어려움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농업기술자와 농업과학자들이 해당 군에 파견돼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농기계 이동수리원’을 파견해서 고장 난 농기계를 즉시 수리하고 있다는 보도를 함께 싣기도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모를 심는 이앙기의 활용률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농한기에 이앙기를 미리 정비한 데다 농번기에는 부품과 유류의 공급을 늘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 수리를 강화한 것도 효과적인 듯하다. 이와 함께 ‘벼강화재배 방법’을 확립했다고 해 ‘2.16 과학상’을 수상한 농업연구원 벼연구소의 과학자들에 관한 소식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사진 보도에는 벼를 모판 상자에서 기르는 전경이 게재됐다. 북에서 하던 기존의 벼농사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북녘의 모내기철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그들은 지금의 ‘모내기전투’를 ‘당 8차 대회 결정’을 이행하는 첫 해의 중대한 첫 과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북의 매체는 이와 관련 “언제 한 번 중시되지 않은 적 없는 농사이고, 해마다 진행하는 모내기이건만 전당, 전군, 전민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여 떨쳐나선 오늘의 이 기세는 참으로 비상한 의미”라며 “올해 모내기의 성과에 따라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첫 해 알곡고지 점령이 여기서 결정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북녘의 모내기 현장에서 외치는 ‘비상한 의미’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다. 이런 소식에 우리는 어쩌면 이전 농촌의 풍경을 설핏 떠올리고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지금 그들이 무던히도 애쓰는 농사일이 우리 눈에 밟히지 않는다면 그것이 분단일 수 있겠다. 북을 바라보는 눈에는 농사꾼의 마음, 농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수용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대화의 기본 조건이 마련된 것”으로 전망했다. 평화와 백신, 경제 등에 관한 협력이 재개되기를 기대하면서 북의 식량문제, 농업문제도 다시 살펴볼 일이다.

키워드
#지금북녘은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