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퍼주기’ 육계 계열업체 전기요금 할인 재검토해야

육계협회, 사육농가 50% 환원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아
지난해 24억원 환원했다는데 정산서엔 내역 명시 안 돼

  • 입력 2021.05.30 18:00
  • 수정 2021.05.30 19: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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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계 계열업체들이 여전히 육계농가들에게 제대로 전기요금 특례할인 금액을 환원하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 애초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안긴 것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 2014년 11월, 영연방(호주·뉴질랜드·캐나다) FTA 체결 대책으로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도축장 전기요금을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20%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특례 대상엔 도축장뿐 아니라 도계장, 도압장도 포함됐다.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각 사업장이 혜택을 받은만큼 축산농가에 환원하라는 의미였으나 이같은 취지는 현장에서 무색해지고 말았다. 육계업계에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높아지던 2017년, 한국육계협회는 스스로 전기요금 할인금액의 50%를 육계농가에 환원하겠다며 마리당 3.92원을 지급하겠다고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계열업체는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계 계열업체가 농가에 환원한 금액은 총 24억4,5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도계실적이 10억7,042만수이기에 육계협회가 세운 마리당 3.92원을 대입하면 약 42억원은 육계농가에 돌아갔어야 했다. 도계실적과 실제 사육마릿수는 차이가 있겠지만 어림잡아 육계협회 기준에서 60% 남짓한 금액만 돌려준 걸로 추정된다.

농식품부가 제출한 자료의 출처도 육계협회가 생산한 통계이기에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육계농가들이 받은 사육정산서들을 직접 취재하자 몇몇 계열업체들은 특례할인에 따른 환원내역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있었다.

농식품부가 시·도 행정조사를 통해 수집한 축종별 도축장 전기요금 특례할인 규모와 비교하면 농가에 환원돼야 할 금액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지난해 닭 도축장은 94억6,089만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았다. 닭과 오리를 함께 취급하는 도축장은 16억142만원을 할인받았다. 해당자료는 산란성계 도계를 포함한 규모이기에 정확한 육계 계열업체의 특례할인 규모를 파악해 제대로 농가에 환원되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전력사용량이 많을수록 할인금액이 높아져 육계 대기업에게 매우 유리하다. 한 대형 도계장은 2018년 한해에만 전기요금 할인금액이 8억여원에 달하기도 했다. 때문에 육계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영연방 FTA 때문에 20%나 할인해줘야 하는지도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수입 축산물 검사실적을 보면 지난해 영연방 3개국에서 수입한 닭고기는 실적이 없다. 지난해 영연방 FTA와 관계된 수입 닭고기가 없는데도 육계 계열업체들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할인을 받은 것이다. FTA 피해보전 지원제도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특례라 할 수 있다.

한편, 농식품부 축산정책과는 위성곤 의원실의 ‘도축장 전기요금 20% 할인 연장을 검토하느냐’는 질의에 “2024년 만료 이후 추가 연장은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추후 연장 필요성 등 검토”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당초 취지인 축산농가 환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데 전기요금 할인특례를 대기업에 퍼줘야 하는지 깊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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