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대기업, 브레이크가 없다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우팜투테이블의 도계가공장 고창산업단지 입주를 반대하고 있는 고창일반산업단지비상대책위원회 회원과 고창산단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지난 25일 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가공장 입주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동우팜투테이블의 도계가공장 고창산업단지 입주를 반대하고 있는 고창일반산업단지비상대책위원회 회원과 고창산단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지난 25일 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가공장 입주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문재인정부는 초반부터 가금부문 계열화사업의 불공정 문제 해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7년 무렵,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거듭 육계 계열업체와 사육농가 간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일정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동법 개정안을 보면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계열화계약에 대해선 거래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에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손질했다.

그러나 제도개선이 실질적인 효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최근 육계 대기업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를 보면 공정성이란 찾아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육계 계열업체들이 회원사로 소속된 한국육계협회는 거센 공정성 강화 여론에 스스로 개선안을 내놓아야 했다. 개선안엔 영연방 FTA 대책으로 받은 도계장 전기요금 할인액의 50%를 사육농가에 환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축산농가들은 FTA 피해에 따른 지원을 받으려면 수입물량, 수입금액, 수입기여도 등을 계산해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육계 계열업체의 도계장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연방 FTA 대책이란 명분으로 전기요금을 20%씩 할인받고 있다.

할인받은만큼 축산농가에 환원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특례라는데 그 의미는 상당히 퇴색된 모습이다. 게다가 영연방 국가들은 닭고기 주요수입국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육계협회가 약속한 전기요금 할인액 50% 환원을 지키는 육계 계열업체는 현장에서 찾기 어렵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불공정 문제 해결 의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사그라들었다. 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 전북 익산시에 있는 하림본사를 방문한 걸 상징적으로 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림은 지역·기업 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라고 치하했다.

하림을 위시한 육계 계열업체들은 당시 닭고기자조금 거출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의무자조금인 닭고기자조금 거출 거부는 법을 거스르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현재까지도 이를 못 본 체 외면하고 있다.

하림은 이미 축산기업을 넘어 계열사 50여곳을 거느린 30대 대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을 매년 20%씩 인하하는 특례가 필요한가? 특례는 받으면서 의무자조금은 3년여 동안이나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행태는 뭐란 말인가?

육계 계열업체들은 자조금을 예전처럼 수급조절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닭고기시장은 계열업체들간 점유율 경쟁으로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에 놓여있다. 1년 예산 규모가 수십억원에 불과한 자조금을 모두 쏟아내도 공급과잉을 풀 수 없다.

자조금을 풀어 수급조절을 해야 한다면서도 도계실적은 매년 늘어나기만 한다. 한 육계 대기업은 연평균 1억6,000만수를 도계할 수 있는 대형 도계가공장을 짓겠다면서 급기야 농촌지역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급과잉이라면서 도계장은 신설하는 이중적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하나?

문재인정부의 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육계 대기업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이는 오롯이 문재인정부의 책임일 터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