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대하고 뚜렷한 폐단, ‘돈’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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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이는 곳일수록 추악해질 수밖에 없음은 이 시대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 경매 공정성 논란, 출하자 선택권 상실, 유통 비효율, 도매시장 경쟁력 쇠퇴…. 도매시장을 개혁해야 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 도매법인의 수익 문제다.

굳이 자금이나 공력을 들일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적자 리스크가 전혀 없다. 기본적인 시스템만 갖춰 놓으면 매년 수십억원의 수익이 저절로 들어와 쌓인다. 자유경제 시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 같지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그런 곳이다. 매년 수십억원씩 주주배당을 하고서도 이들의 곳간엔 저마다 수백억원씩의 잉여금이 들어차 있다.

도매법인 과수익을 보장하는 도매시장 의무경매제와 독과점구조는 생산자·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해 공공이 부여한 것들이다. 도매법인이 벌어들이는 돈은 단순히 자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대부분이 공적 보조에 의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 돈을 운용하는 도매법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염치가 없다. 농업과 전혀 상관없는 모기업으로의 헌납, 공공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지출. 곳간에 쌓인 수백억원씩의 잉여금도 종국엔 모두 그렇게 흘러나갈 것이 분명하다.

애당초 도매법인들이 수익의 절반만이라도 공공을 위해 환원했다면 서두에서 열거한 도매시장의 폐단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며 도매시장 개혁론도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윤을 쫓는 ‘기업’인 이상 그같은 도의를 기대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법적으로 기업의 자본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공공이 부여한 특혜를 거둬들이는 것뿐이다.

시장도매인제, 상장예외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매시장 내에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도매법인들의 독과점체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백 가지 개선책을 내봐야 무효하다. 농식품부가 안정성과 실효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논점을 진흙탕에 빠뜨리고 있지만, 비정상적 자본축적 구조 자체에 주목해 본다면 이 명백한 문제를 20년 동안이나 방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무부처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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