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안 나와요. 답이…”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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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답이 안 나와요. 답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19일 충북 음성의 한 고구마밭에선 한 달 전에 심은 고구마순을 비닐 위로 끄집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비탈진 사면을 따라 펼쳐진 약 2,000여 평에 달하는 밭에선 고작(?) 8명의 인원만이 각 고랑을 오가며 주어진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4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지만 이 자리에 외국인노동자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작업에 나선 농민은 “일은 차고도 넘치는데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큰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감소하긴 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농민은 “평소 같으면 20여 명이 함께 일했는데 사람이 없다. 이달 말께 마무리될 작업이 6월 초까지 이어질 듯 싶다”면서도 지금보다 올가을 수확 시기의 인력난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었다.

한창 농번기를 지나고 있는 농촌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덩달아 뛴 ‘일당 13~15만원’에 달하는 인건비에 이중고를 겪는 농민들의 하소연도 부지기수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농민들 또한 “이들 없으면 채소농사는 올 스톱”이라며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라도 올려 농촌에 사람 좀 보내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외국인노동자를 간신히 구해도 “돈 조금만 더 준다고 하면 밤사이 택시 타고 바로 떠난다” 하니 인력수급 문제가 이들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농번기 인력수급 문제를 고민해야 할 정부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양구군에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배치돼 인력난 해소를 기대한다지만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하다. 농촌지역 인근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유휴인력을 한시적이나마 농촌으로 들어오게끔 유도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번기 인력수급, 정글에서 길을 찾는 지혜가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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