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 애꿎은 낙농가에 불똥 튀나

세종시,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 예고
낙농가·낙농조합 막대한 피해 예상돼 … 다음달 청문회 진행
“쿼터 감축, 사료값 상승에 집유도 중단되면 도산 불가피해”

  • 입력 2021.05.16 18:00
  • 수정 2021.05.19 15:2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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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남양유업 사태’가 낙농업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 세종공장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위기에 놓이며 이곳에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와 낙농조합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위법행위 때문에 아무 잘못없는 낙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처지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9일 ‘불가리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의 문구가 담긴 홍보지를 언론사들에 배포했다. 이어 13일엔 언론사를 대상으로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이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를 위반한 허위·과장 광고라 판단했다. 식약처는 15일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행위는 엄격히 금지한다”면서 행정조치 및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식품표시광고법상 남양유업에 행정조치를 내릴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불가리스 제품은 남양유업 세종공장에서 생산했기에 세종시(시장 이춘희)가 해당공장에 영업정지 또는 영업정치 처분에 갈음해 부과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현재 세종시는 해당공장에 대한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낙농업계 곳곳에선 영업정지만은 안 된다는 공론이 모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애꿎은 낙농가들까지 짊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세종시에 공문을 보내 영업정지 조치 제외를 간곡히 요청했다. 낙농육우협회는 “해당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이 처분되면 전국 낙농가의 약 15%에 해당하는 700여 낙농가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저장성이 없는 우유는 매일 목장에서 생산하기에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으면 고스란히 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임승희씨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젖소에 풀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임승희씨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젖소에 풀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남양유업에 원유를 공급해온 임승희 낙농육우협회 이사는 “아산축협을 통해 남양유업에 원유를 공급해왔다. 만약 2개월 영업정지를 맞아 집유가 중단되면 농가는 도산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충남 아산시에서 140두의 젖소를 사육하는 임 이사는 “매일 1톤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1주일만 집유하지 않아도 도산이다. 젖소를 수도꼭지처럼 잠글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 “유대를 못 받는데 사료값은 계속 나가고 여기에 폐기비용도 들테니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낙준 낙농육우협회 아산지회 사무국장은 “지역 내 80여 낙농가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작성해 세종시에 보냈다”라며 “낙농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낙농 홀대가 심한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미 낙농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쿼터감축과 사료값 상승으로 힘든데 지원은커녕 더욱 목을 죄는 것 같다는 우려다. 남양유업은 한시적으로 올해 아산축협에 배당한 쿼터를 15% 감축한 상태이며 이에 아산지역 낙농가들은 자발적으로 일부 젖소를 도태하기까지 했다.

아산축협 관계자는 “1일 50여톤의 원유를 남양유업에 공급하는데 세종공장 가동이 멈추면 집유에 종사하는 업계 전체가 위기에 내몰려 낙농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남양유업과 계약한 낙농조합만해도 아산축협 외에도 대전충남우유농협, 천안공주낙농농협, 예산축협 등이 있다.

세종시는 다음달 24일 청문회를 열어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지난 3일까지 관련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남양유업이 의견제출 기간이 짧고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라며 청문회를 요청해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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