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과학농사 장려 속 벼농사 기술 개선 빨라져

  • 입력 2021.05.02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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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과학농사가 강조되면서 북의 벼농사 방식도 적잖게 바뀌는 양상이다. 북의 벼농사 방식은 남측과 사뭇 다르다. 분단 반세기를 거치며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 북에서 이 같은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북의 매체는 “알곡생산고지를 점령하자”고 다그치면서 벼농사에 있어 소식재배의 과학을 올들어 또다시 강조했다. 또 냉습지에는 지하수위 낮추기와 두둑재배법, 가뭄 타는 농지에는 건답직파재배법, 추락논에는 들춰갈이와 마른논쓰레치기, 조락논에서는 생육 초기에 물 말리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천수답과 물 부족 논에는 ‘밭벼 24호’를 비롯한 권장 품종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은 벼농사에 있어 품종에서 육묘, 이앙, 시비관리, 병충해방제, 토양관리 등에 관해 매우 체계적인 기술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후반 트랙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했으며, 이후 이앙기를 개발, 공급하면서 그들 나름의 벼농사 체계를 완성해 왔다. 그렇지만 북의 방식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남측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남측의 농업전문가들이 북의 가을 들판을 처음 둘러봤던 당시 그곳 논에서 촘촘히 심겨졌던 벼포기의 흔적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던 적이 있다. 2000년 6.15선언이 있던 해였다. 당시 북은 벼농사에서 평당 120주를 심도록 했다. 이는 평당 60~80주를 이앙했던 우리의 소식재배 방식에 비한다면 엄청난 밀식재배 방식이었다.

당시 북에서는 냉상 못자리에서 70일 정도 기른 모를 이앙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온못자리 또는 전문육묘장에서 육묘상자를 이용해 20일 내외 육묘 기간을 거치는 우리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재배 품종은 대개 중만생 계통이었으며, 이삭 당 낱알이 많이 달리면서 키가 큰 품종이었다. 당시 남측의 벼 품종은 ‘이삭 당 낱알 수’ 대신 ‘전체 이삭 수’가 많은 중조생 계통이 주종을 이뤘다.

모를 이앙하는 기계는 3명의 승용방식이었는데 뒤 칸에 탄 2명이 미리 쪄둔 모를 이식부에 정렬하면서 공급해 주는 방식이었다. 북의 이앙기는 한꺼번에 6~8조(줄)를 이앙했다. 과정이 번거로운 듯했지만 이앙 속도는 빨랐다. 당시 남측에는 승용6조 방식의 이앙기가 공급되던 시기였다. 벼를 베고 탈곡하기 위한 콤바인 기계는 거의 없었으며, ‘수확 후 처리’ 과정은 이전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남북의 농업전문가들은 이처럼 서로 판이하게 다른 벼농사 방식 속에서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시절에 이뤄졌던 협력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과학농사가 당시의 협력 성과를 수용하고 있다. 북의 벼농사는 보온못자리에서 육묘기간을 줄이고 있으며, 밀식재배에서 소식재배로 빠르게 전환하는 듯하다. 여기에 맞춰 이삭수가 많고, 키가 작은 중조생계 품종이 늘고 있다. 추수 작업 및 수확 후 관리 방식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남측 이앙기를 이용해 북에서 기른 모를 이앙할 수 없다. 북의 이앙기도 남측 모를 심을 수 없다. 향후 벼농사 협력에 있어 서로 다른 방식이 난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손을 줄이면서도 두벌농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에서 남측의 벼농사 방식을 지역별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의 과학농사 열풍은 지금 많은 경계를 허물고 있다. 과학적 진전에 힘입어 과학농사가 향후 남북농업협력을 재소환할지도 모를 일이다. 북의 벌방지대에서 남북이 풍년 농사를 일구고, 두벌농사의 고단함도 함께 덜어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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