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무자조금, 농민 주인의식이 성패 가른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김영진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입력 2021.04.2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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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마늘·양파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의 실무책임자인 이태문·김영진 사무국장은 불과 지난해까지 남해·무안에서 농사를 짓다 올라온 농민이다. 처음부터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만큼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은 농식품부의 손아귀에 쥐어지길 거부하며 마늘·양파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출범 초기인 데다 전국에 산재된 품목 특성상 아직 자조금에 대한 농민들의 의식이나 납부율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한층 정부와의 샅바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두 사무국장들은 농민들에게 의무자조금의 든든한 ‘뒷배’가 돼 주길 호소하고 있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왼쪽)과 김영진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이태문 국장은 경남 남해에서 마늘을, 김영진 국장은 전남 무안에서 양파를 재배해온 농민이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왼쪽)과 김영진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이태문 국장은 경남 남해에서 마늘을, 김영진 국장은 전남 무안에서 양파를 재배해온 농민이다.


의무자조금 거출금은 어떻게 산정한 건가.

양파는 1㎡당 4원, 상한 20만원(5ha)이며 마늘은 2,000㎡ 1만원을 하한으로 상한 없이 1,000㎡마다 5,000원이 추가된다. 농협의 경우 전년도 취급액에 따라 100만~600만원을 걷는다. 대의원회에서 너무 많다는 의견도,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나오긴 했는데 대체로 이 정도면 적정하다는 데 동의를 한 것 같다.

 

거출 목표액(정부 매칭지원금 제외) 대비 현재 거출 현황은.

마늘은 6억5,400만원 목표에 4억6,000만원 거출, 양파는 6억3,200만원 목표에 3억9,800만원 거출 중이다. 농협 거출률이 높은 편이고 마늘의 경우 곧 2차 납부고지가 진행되면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도 있다. 다만 농가 거출률이 생각보다 너무 낮다. 당초 농협 거출률 70~80%, 농가 거출률 50%를 기대했는데 농협이 80~90%, 농가는 마늘 20%, 양파 13%에 그치고 있다.

고지서가 실경작면적과 달라 재교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홍보가 미흡해 아직 자조금에 대한 농민들의 이해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크다. 고지서를 받고는 이걸 내가 왜 내야 하는지부터 공감을 못하는 분들이 많다. 한 농가에 복수 품목의 거출금이 중복되거나 지주와의 갈등 문제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양파의 경우 농협이 모아서 납부할 계약재배 농가 거출금이 10% 정도는 될 걸로 보이는데 그걸 감안해도 거출률이 많이 아쉬운 상황이다.

 

농민들이 낸 자조금은 어떻게 사용하게 되나.

소비홍보·교육·정보제공 등 법에 정해진 사업들도 있지만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이 출범한 건 무엇보다 수급안정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농민들이 생산비에 근거한 가격을 받게 하기 위해 농가수취가격설정위원회를 만들고 생산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소비지 중심의 정부 수급매뉴얼을 농가수취가 중심으로 바꿔야 하며 마늘·양파 각 품종에 따라, 생육주기에 따라 그에 맞는 수급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처음 시작한 경작신고제가 그 바탕이 될 것이다.

파종 전 재배의향조사를 하고 종자 단계에서 시장격리를 한다든지, 파종 후엔 적정 재배면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통계조사 현실화를 시도할 것이다. 출하기엔 초과되는 물량을 격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유도한다. 정부 농안기금에 자조금 일부를 투입해 정부와 의무자조금이 함께 실현해야 할 사업이다. 계약재배율 50% 달성과 도매시장 개혁 등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동안 의무자조금들이 정부의 입김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언급한 것들은 자조금에 확실한 주체성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데.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이 다른 품목들과 다른 건 생산자협회가 중심이 돼 만들고 농민들이 직접 사무국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자조금이 바로서기 위해선 앞으로 생산자협회의 힘이 더욱 강해져야 하고 그 과정에 의무자조금도 조력할 것이다.

농식품부와 농협도 열린 자세로 생산자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 ‘농가수취 목표가격 실현’, ‘유통개혁’이라는 목표를 세웠더니 농식품부가 “자조금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인정해주질 않는다. 자조금의 자율성을 막고 ‘평가점수 받기 위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모는 정부의 인식과 자조금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진 자조금의 사업이 장관의 승인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였지만, 앞으론 자조금의 결정이 정부에 당연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마늘·양파가 연대해 힘쓸 것이며 이것이 다른 의무자조금 단체에도 본보기가 될 것이다.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무자조금이 농정의 전환점이라고 하지만, 현장 농민들이 같이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농민들의 조직과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올해 잎양파 유통 문제가 1주일만에 해결됐던 것처럼 농민조직이 잘 돼 있는 지역의 의견은 자조금을 통해 바로바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스스로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의무자조금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출범 후 5개월여를 지나며 많은 일들을 겪어내고 있다. 자조금 최초로 농민이 사무국을 맡게 돼 책임감도 매우 크다. 자조금법의 틀에서 농민들이 자조금 미납으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거출방법 및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장과 적극 소통하겠다. 정부도 농민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정책으로 보답해서 농민은 제값 받으며 맘 편히 농사짓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리 농산물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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