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북의 경제난, 위기 상황일까

  • 입력 2021.04.0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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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

북의 최고 지도자는 연초 ‘당 8차대회’에서 지난 5개년의 경제개발 전략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한마디로 혹독한 평가였다. 이어 경제를 담당하는 당의 책임자는 임명 한 달 만에 전격 교체됐다. 당과 내각의 실책을 대내외적으로 솔직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북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전보다 더한 주목을 받게 됐다.

같은 시기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에는 “대북제재 하에서 북한이 향후 1년 이상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빅터 차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그는 현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 연구원이며, 한때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북제재와 태풍피해 때문에 북의 사정이 가뜩이나 열악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무것도 들여오지 못했고, 국경까지 폐쇄했으니 5월이 시작되면 식량부족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며 “50만톤 상당의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 북 관련 내외신 보도는 대개 그들의 심각한 경제난을 언급하고 있다.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북의 여러 어려움이 ‘북한 붕괴론’으로 탈바꿈해 급속히 확산돼 왔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북의 어려움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의 상황이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곡된 진단은 대북 정책을 크게 어긋나게 할 수도 있다.

북의 경제난을 부풀려 붕괴론을 언급하는 이들에게서는 위험한 의도마저 읽힌다. 그것은 ‘대화무용론’이다. 곧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교류협력이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들은 오바마정부의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을 베껴온다. 심지어 곧 붕괴되거나 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을 옥죄는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게 된다. 몹쓸 속내를 품고 있다.

이와는 달리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들춰내는 이들도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국제기구와 국내 민간단체의 일부가 여기에 속한다. 특히 이들은 보건의료와 식량에 관한 열악한 상황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북에서 100만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견해는 이들에게서 비롯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현재 북의 경제난은 어느 정도일까? 북의 경제를 연구하며 모니터링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개 ‘견뎌낼 만한 수준’으로 집약된다. 제재 국면 하에서도 농업과 건설업, 군수산업은 그들 특유의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당 8차대회를 통해서는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에 국가적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과학기술에 기본을 둔 ‘지속가능한 자력갱생의 경제’를 도모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국경 밖에 곁눈질말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식량부족 사태가 당초 우려보다 덜 심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이 대규모 식량을 지원했다는 소문은 낭설일 가능성이 높다. 식량문제가 비록 만성적이고 구조적이긴 하나 이 또한 그들이 해결할만한 수준인 셈이다.

북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분명 여러 분야에서 상존하고 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자연재해 등 3중고를 겪게 돼 그들의 고단함도 분명 더 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소신과 원칙을 굽혀야 할 만큼 심각한 위기는 아닌 듯하다. 붕괴론은 더더욱 터무니없다. 바이든 정부에 대해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 또한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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