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농민 재기할 수준의 보상만이라도…

농장 입증 위주의 보상금 산정은 불합리
양계협 “동의하지도, 전달받지도 않았다”

  • 입력 2021.03.28 18:00
  • 수정 2021.03.28 19:0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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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산란계농민들은 농장별 평가기준과 생산비 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점을 살처분 보상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사육현장 사정상 증빙자료가 없으면 보상금이 대폭 삭감되는 걸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란계농민들은 보상기준 산정 기준이 변경된 사실을 정부에게서 공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연 산란계농민들이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식품부 앞 도로에 누워 시위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연 산란계농민들이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식품부 앞 도로에 누워 시위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제1축산회관에서 산란계 살처분 보상과 관련한 별도의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계협회는 살처분 산란계농민들이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보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황승준 고병원성 AI 살처분 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살처분 처분을 받은지 3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7,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계사 3동을 운영했는데 현재 보상금 체계로는 1동만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찍 닭을 묻어 계란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도 내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지난 2018년 바뀌었다는 보상규정으로 따져보니 보상금이 예전 기준보다 25% 정도 삭감되더라”고 개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앞서 2018년 8월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 고시를 개정해 산란계 살처분보상금 산정 기준을 확정한 바 있다. 개정된 고시에 따르면 가축구입비, 사료비, 인건비, 연료비, 방역비, 시설유지비 등을 농장의 증빙자료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 21주령 생산비와 잔존가치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보상해 온 기존 체계가 농장 입증 위주로 변경된 것이다.

그러나 농장 경영 시, 생산비를 절감하고자 현금거래 위주의 거래를 하거나 영수증 없이 지출되는 비용은 입증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수증과 거래명세서를 발급해도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증빙이 어려운 사례도 있다.

안두영 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외국인노동자 인건비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증빙이 어렵다. 사료값을 아끼려 빚을 내 선입금으로 쓰면 이 역시 증빙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살처분 농가의 재기를 돕겠다고 하면서 재기할 기반을 마련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양계협회는 이같은 보상기준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전달받은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 8월 당시 산란계 보상기준 산정 조정 알림 공문 전달에 양계협회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보상규정 변경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일단 예전 기준으로 보상을 하고 다시 협의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농식품부는 소급은 안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중추 가격이 마리당 1만원이 넘으면 사료가격까지 포함해 10만수 농장은 12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계란을 생산하면 원가라도 나올 수 있겠나? 우리의 요구는 재기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을 해달라는 것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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