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비현실적 살처분 보상에 산란계농민 분노 터져
“예방적살처분만 3번째 … 입식하면 빚만 늘어”

  • 입력 2021.03.28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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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고병원성 AI로 인해 살처분 조치를 받은 산란계 농민들의 분노가 농림축산식품부 앞을 뒤덮었다. 방역에 적극 협조한 결과로 도산 위기에 몰린 산란계 농민들을 구제할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고병원성 AI 살처분 보상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황승준)는 지난 24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 농가 생존권 사수를 위한 사생결단 궐기대회를 열고 살처분 보상 현실화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산란계농민들은 “이대로는 집에 못 간다”면서 수입한 미국산 계란을 쏟아내고 농식품부 앞 도로를 점거하는 등 자신들의 절박함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지난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고병원성 AI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 쟁취, 농가 생존권 사수를 위한 사생결단 궐기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산란계농민들이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현실화 및 안전성 보장 없는 계란수입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며 수입된 미국산 계란을 내던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고병원성 AI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 쟁취, 농가 생존권 사수를 위한 사생결단 궐기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산란계농민들이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현실화 및 안전성 보장 없는 계란수입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며 수입된 미국산 계란을 내던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들은 현재의 살처분보상으로는 중추(산란계 어린닭)를 구입해 농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산란계 살처분보상은 21주령 산란계를 기준(1마리당 약 1만3,500원)으로 농장별·사육구간별로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만약 78주령 산란계를 살처분한다면 보상금은 수당 100원대 남짓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중추 가격은 다르지만 70일령 중병아리가 1마리당 7,000~8,000원에 달하며 앞으로 재입식이 진행되면 더욱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150일령부터 계란 생산이 가능하기에 사육비용이 더 추가된다. 결국, 현재의 보상체계로는 정상적인 농장 가동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경기 평택시에서 왔다는 한 산란계농민은 “지난해 12월에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2.9㎞에 걸려 예방적살처분을 했다. 2014년과 2018년 이어 3번째 예방적살처분을 한 것이다”라며 “경기남부지역의 산란계농장은 거의 다 묻었다고 보면 된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이 산란계농민은 “2016년에 축사현대화사업을 받아 방역시설을 보강했으며 철제펜스도 설치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뒤로는 방역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의미가 없더라”면서 “3년간 계란가격이 좋지 않아 15억원이었던 융자가 배로 늘었다. 입식할 때마다 빚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무안군에서 온 산란계농민은 “산란계 8만수를 묻었더니 보상금이 3억2,000만원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마리수로 중추를 입식하려면 5억 6,000만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래서야 어떻게 사느냐”고 탄식했다. 이만형 양계협회 경기도지회장은 “고병원성 AI는 1종 법정전염병으로 국가가 방역을 관리한다. 우리는 따르기만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보상은 턱없이 하고 계란은 수입하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같은날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을 포함한 산란계농민 대표자들은 농식품부 관계자를 만나 관련대응을 논의했다. 황승준 살처분 보상 비대위원장은 “고시 개정은 어렵다고 해서 중추라도 입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살처분농가당 수당 3,000원을 지원해달라 촉구했는데 다음주에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두영 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3년 동안 가격하락으로 상인에 사정하며 계란을 출하했다. 그런데 고병원성 AI가 터지자 계란을 수입한다. 산란일자와 식용란선별포장업 도입 등으로 산란계농민을 잡더니 이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당하고 있다”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참담한 심정으로 집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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