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식수절과 땔감, 기후위기

  • 입력 2021.03.21 18:00
  • 기자명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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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북쪽에도 우리의 식목일과 같은 날이 있는데 바로 3월 2일 식수절이 그렇다. 우리 식목일이 4월 5일임에 비춰 북쪽의 식수절은 한 달 정도 빠른 편이다. 24절기로 따지면 우리의 식목일이 봄 밭갈이를 시작한다는 청명에 가깝다면 북쪽의 식수절은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에 가까운 시점이다. 실제 나무를 심기에는 우리의 식목일 보다 북쪽의 식수절이 적절하다는 의견들도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식수절이 되면 북쪽도 여러 부문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북쪽이 올해 식수절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했다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나무심기 행사는 가뜩이나 산림이 황폐화된 북쪽으로서는 국가 차원의 계획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다. 북쪽을 방문했던 분들은 보았겠지만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산림이 매우 황폐화 돼 있다. 산림 황폐화의 원인을 식량 위기상황에서 허용됐던 개인 뙈기밭에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주된 원인은 심각한 ‘땔감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 땔감 부족은 개인들로 하여금 나무 줄기와 뿌리를 채취해 추위를 날 수밖에 없도록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북쪽 당국으로서도 산림 황폐화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엔 제재가 심각하지 않던 상황에서도 산림 황폐화가 심각했는데 지난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것에 대한 조치로 행해진 유엔대북제재결의안 제2397호 하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제2397호는 북쪽에 대한 원유 공급량을 연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유엔 회원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또한 정유제품 공급 한도도 연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북쪽의 연료 사정이 상대적으로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석탄중심의 산업구조긴 하지만 정유를 사용하던 공장이나 기업소의 연료부족을 석탄으로 대체하다 보면 결국 민간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북쪽의 나무심기 행사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측면에서도 지속돼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 산림의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향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이를 여러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강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가 경제발전에서 소외되는 상황에서 자칫 황폐해진 자연환경으로 인해 또 다른 소외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위기극복은 우선 북쪽 내부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함께 산림보전을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나 제반 환경의 조성 등 말이다.

그럼에도 북쪽에만 맡겨 놓기보다 우리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바로 산림협력이다. 지난 2018년 남북 산림협력을 논의한 이후 우리의 산림청은 후속 사업으로 경기도 파주에 ‘남북산림협력센터’를 준공했다. 남북산림협력센터는 북쪽 산림복구에 적합하거나 북쪽 관심 분야 수종에 대한 묘목을 준비하고 있다. 관계 개선만 되면 즉각적인 투입이 가능한 영역이다. 산림협력은 남북협력의 주요 매개체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조속한 대화 재개로 남북이 윈윈(Win-win)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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