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MO 급식을 가로막는 요소들

  • 입력 2021.02.07 18:00
  • 수정 2021.02.20 14:4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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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최근 각 지자체에서 ‘Non-GMO 학교급식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역 상황을 들여다보면 학교급식 영역을 ‘GMO 해방구(Free-Zone)’로 만드는 게 녹록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각 지자체에서 Non-GMO 급식 확대를 위해 조례 제정 및 각종 정책 실행에 나서는 건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예컨대 경기도는 지난해 5월 ‘경기도 비유전자변형식품의 인증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 뒤, 7월부턴 도내에서 생산·유통·판매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를 대상으로 Non-GMO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기초지자체들도 Non-GMO 가공식품 구매 차액지원, 지역산 유채유 생산체계 마련 등 Non-GMO 관련 사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수입산 대두유를 지역산 Non-GMO 유채유로 대체하기 위해 지역농가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나주시 푸드플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엔 현재 20농가가 참여 중이다. 나주시는 올해 △원활한 유채 생산을 위한 작부체계 도입 △재배농가 생산·기술교육 △수매가격 결정(1kg당 2,000원)에 따른 공급차액 보전 등을 단계별로 지원할 예정이다.

낙동강 오리알 된 타작물 재배농가

2019년 5월 전남 영암농협이 월출산 국립공원 자락에 조성한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메밀 경관단지 모습. 한승호 기자
2019년 5월 전남 영암농협이 월출산 국립공원 자락에 조성한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메밀 경관단지 모습. 한승호 기자

 

지자체의 노력들이 효과를 거두려면 생산·유통·소비 각 분야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Non-GMO 급식 확대를 가로막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우선 Non-GMO 작물의 생산 확대부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쌀값 안정화 및 쌀 이외 타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려던 게 농식품부의 원래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쌀값이 그나마 오르면서 쌀 생산조정제 예산도 전액 삭감된 것이다.

쌀 생산조정제 자체야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했다 해도, 문제는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Non-GMO 가공품의 원료인 콩, 유채 등의 생산량을 늘리려던 지역들로선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전남 영암군 영암농협의 경우, 유채 생산에 나선 기존 벼농가들의 유채를 Non-GMO 유채유로 가공해 서울 등지의 학교급식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쌀 생산조정제 예산이 2년 만에 전액 삭감됨에 따라 유채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예산도 끊겼고, 농민들로선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양승훈 영암농협 전무는 “영암농협과 지역 농민들이 선제적으로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유채 재배에 앞장섰던 상황에서, 쌀 생산조정제 예산 삭감에 따라 유채 재배농가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다시 쌀 재배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유채 등 대체작물의 계약생산체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생산조정제의 재도입은 무리더라도, 공익직불제의 선택형직불제 논의 시 ‘Non-GMO 작물 재배농가’에 대한 지원책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생산·가공도 어려운데 판로마저?

생산동력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생산한 유채를 손쉽게 유채유로 가공하기도 어렵다. 김광수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박사는 “유채를 기름으로 만드는 과정에선 매우 까다로운 기술과 복잡한 설비가 요구된다”며 “두레생협, 아이쿱 등 일부 생협들이 마련한 착유시설에 의존하지 않으면 지역 자체적으로 유채유를 만들어내긴 어려운 실정”이라 설명했다.

Non-GMO 유채유 생산을 공언한 나주시 또한 지역 내에 자체적인 유채유 가공공장이 없다 보니, 일단은 충북 괴산군 괴산자연드림파크의 가공공장에서 유채유를 만들어 다시 나주 학교급식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오는 4월부터 두레생협이 건립한 전남 해남군의 땅끝두레 유채유 가공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지역산 유채를 착유할 예정이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기름으로 만들긴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유채유 가공의 중심 역할을 해주리란 기대가 크다.

가공을 잘 해낸 다음엔 보관문제에 부딪친다. 김 박사는 “착유 뒤 유채유를 장기간 보관하면 산패(공기 중에 기름을 오래 방치함에 따른 악취 발생 및 맛 변질현상)가 이뤄짐에 따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빨리 판로를 찾아 공급하지 않는 이상 장기 보관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유채유를 만들어내도 현재로선 판로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영암농협은 2019년 서울시와 유채유를 비롯한 Non-GMO 가공식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가 Non-GMO 가공품 차액지원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 Non-GMO 사업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며 협조를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이라, 14억9,200만원의 차액지원 예산도 미반영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학교의 Non-GMO 가공식품의 선택 여부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그동안 이뤄지던 Non-GMO 차액지원이 중단되면, 국산 Non-GMO 가공식품의 비싼 가격 때문에 학교 입장에선 선뜻 물품을 구매하기 어렵다.

김 박사는 “튀김용 식용유의 경우, 국산 유채유는 한 말에 20만원인데 수입산 카놀라유는 5만~8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다. 국산 유채유는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지자체 차원에서 차액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Non-GMO 급식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Non-GMO 식품 판로 마련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GMO ‘불완전’ 표시제

2017년 5월 20일 서울 종로에서 진행된 ‘2017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 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회원들이 Non-GMO 학교급식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17년 5월 20일 서울 종로에서 진행된 ‘2017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 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회원들이 Non-GMO 학교급식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불완전한 GMO표시제도 Non-GMO 급식 실현을 가로막는다. 현행 GMO표시제는 GMO 원물 또는 가공품에서 GMO 성분의 비의도적 혼입률이 3% 이하일 시, 또는 가공과정에서 유전자조작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을 시 GMO 표시를 면제시킨다. 문제는 표시면제를 통해 빠지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힘들고, 표시가 없음에 따라 식품기업에서 관련정보를 먼저 공개하지 않는 한 이 ‘GMO 아닌 GMO’들이 학교 급식판에 올라가는지, 시장으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식약처)는 Non-GMO 표시가 가능한 먹거리의 비의도적 GMO 성분 혼입률 기준을 완화(0%→0.9%)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예고했다. 시민사회와의 합의 없이 덜컥 개정안을 예고한 것도 문제지만, Non-GMO 먹거리체계 구축의 핵심 중 하나인 GMO 완전표시제 건에 대한 논의 강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Non-GMO 급식을 추진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GMO 완전표시제의 지연은 답답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2월 7일 ‘경기도 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 및 관리를 위한 간담회’에서 “국회나 관련 부처에서 전향적으로 GMO 표시 의무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경기도에선 표시 의무화는 못해도 Non-GMO 표시라도 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발언은, 달리 말해 현재의 GMO 표시제 하에선 아무리 지자체가 Non-GMO 급식을 표방해도 완벽하게 급식체계에서 ‘GMO 아닌 GMO’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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