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친환경농업, 소농 위한 판로 구축부터

  • 입력 2021.02.01 00: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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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6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제주보타리농업학교에서 김형신 대표가 하우스 작물을 살펴보던 중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6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제주보타리농업학교에서 김형신 대표가 하우스 작물을 살펴보던 중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도 친환경농민들의 ‘n중고’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주도 친환경농민들은 어떤 주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첫째, 기후위기 상황에서 제주도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농업기술의 개발·보급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농업회사법인 제주보타리농업학교(대표 김형신)의 노력이 눈에 띈다. 김형신 제주보타리농업학교 대표는 ‘보타리 생태농법’이란 이름으로 제주도 특성에 맞는 유기농법 개발 노력을 기울였다.

김 대표는 “제주도의 토양은 약 200여개의 토양상(土壤相)으로 구성된다. 화산을 한 번 맞았는지, 그 이상 맞았는지, 또는 흙속에 화산재가 섞였는지, 안 섞였는지 등에 따라 미네랄 구성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매년 약 3,000여명(지역 주민, 귀농인, 마이스터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자재 제조법, 지역 특성에 맞는 작물 재배법 등을 교육한다.

둘째, 공익직불제 확대를 통한 친환경농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에서 공익직불제 중 선택형직불제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중인데, 선택형직불제 마련 시 제주도의 농업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농약·화학비료 사용 감축을 통해 지하수 및 용천수 보전에 기여하는 농가, 제주도 특유의 농업유산인 밭담 보전 농가 등에 대한 선택형직불제를 고려할 수 있겠다. 특히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농사에 불리한 토양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조건불리지역’의 농민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김 대표는 “현재 제주도엔 40군데에 달하는 골프장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제초제가 제주도의 지하수에 악영향을 끼친다. 용천수도 무분별한 개발로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이라며 “농업의 생태보전 성격 강화와 농업유산 보전을 통해 제주도의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농가 판로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귀포 농민 윤순자씨는 “제발 정부에서 농민이 농사만 잘 지을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말로는 푸드플랜, 로컬푸드를 이야기하고 공공급식 확대를 언급하지만, 정작 계획이 수립돼도 소농들의 판로로 연결 안 되는 상황은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엔 제주도 내 친환경농민들이 모여 ‘제주친환경연합사업단(대표 현동관, 연합사업단)’을 결성했다. 연합사업단은 △도내 친환경농가 조직화 △80여개 작목에 대한 생산계획 수립 및 통합 작부체계 구축 △대형시장 대응력을 갖춘 광역단위 산지조직 구축 등을 목표로 하며, 2019년 농식품부의 ‘광역단위 친환경 생산·유통 산지조직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현동관 연합사업단 대표는 “제주도 친환경농산물의 전반적인 가격 현황, 감귤·월동채소 등의 수급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고자 한다”며 “이 자료를 토대로 내년부터 제주도에서 확대될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에 도내 친환경농산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듦과 함께, 도내 군급식 판로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타 지역 광역친환경연합사업단(전북, 충남 등)과의 농산물 교류도 확대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 소농, 특히 여성농민의 판로 구축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구좌읍 농민 강순희씨를 비롯한 제주도 소농들이 모여 2018년부터 ‘자연 그대로 농민장터’란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자연 그대로 농민장터’는 지난해부턴 매주 토요일 제주시 노형동의 제주담을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열렸다. 많은 손님이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환경먹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단골손님들이 종종 왔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장터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시 중단됐다.

강씨는 “여성 친환경소농의 통로가 없다. 최근 제주도에서 푸드플랜을 논의 중이라지만 거기에도 여성농민의 소통 창구는 없다”며 “다양한 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농민들, 텃밭농사를 시작한 귀농인들의 조직화와 판로 구축에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한 임차농지의 잔류농약 검출문제로 깻잎농사를 접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뒤 “지금처럼 친환경농민들의 대부분이 제 땅을 갖지 못한 채 임차농으로 농사짓는다면, 한 군데 땅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사를 영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농지문제 해결은 친환경농업 발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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