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개혁, 문재인정부도 실패하나

농식품부 개혁 의지 빈약
농안법 개정에 실낱 희망

  • 입력 2021.02.01 00: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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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매시장 개혁 반대 입장을 지닌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하면서 10년 이상 벽에 막혀왔던 도매시장 개혁이 이번 정권에서도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농식품부의 능동적 개혁보다 법 개정 등을 통한 수동적 개혁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도매시장 개혁의 핵심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다. 도매시장의 민첩한 발전을 도모하고 비정상적 자본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선 도매법인(경매회사) 독과점 체제에 경쟁요소 도입이 필수적이다. 가장 효율적인 경쟁주체가 시장도매인이며, 폐해가 가장 심하고 전국 도매시장의 선도모델이 되는 가락시장이 1호 개혁대상이다.

그러나 김현수 장관을 대표로 하는 농식품부는 경매제가 흔들릴 경우의 혼란을 우려, 현 독과점 체제 내에서의 체질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경매제를 움켜쥔 대기업 기득권에 눈감는 대신 일말의 혼란조차 초래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농식품부가 최근 언론보도 등을 계기로 도매시장 개선에 전에 없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기조와 장관의 성향을 감안하면 극히 단편적인 개선안이 나오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김 장관 유임이 확정되자 도매시장 개혁을 추진해온 이들은 큰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안은 국회 법률 개정이다. 법 개정을 통한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도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활기를 띠었고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윤재갑 의원이 각각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 두 건이 농해수위에 접수돼 있다. 농식품부가 결정권을 가진 시장도매인제 도입 결정권을 개설자(가락시장의 경우 서울시)에게 이월시키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곧바로 도매시장 개혁이 추진될 수 있다.

특히 윤재갑 의원 개정안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필두로 △개설자에 대한 농식품부 개입 권한 대폭 축소 △도매법인 투기화 견제 및 공공성 제고 △시장도매인 투명성 강화 △언론에 드러난 도매시장 내 각종 불법행위 근절 등을 총체적으로 도모하는 대대적인 혁신안이다. 공동발의 의원만 24명이며 홍문표·하영제 등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개혁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지금껏 수차례 반복했듯 도매시장 개혁은 국회에서 여당 대 장관+보수야당 구도의 치열한 논쟁을 초래해온 사안이다. 종전의 안건보다 한층 개혁성이 강한 법안이 발의된 이상 논쟁의 과열이 불가피하고, 결국 다툼 끝에 무산된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법 개정과 별개로, 가락시장 관리공사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공사)는 여전히 확고한 개혁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공사의 새해 업무계획안은 ‘거래제도 다양화’를 제1과제로 가장 비중있게 담고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농식품부 승인 요청’ 계획 실행시기를 ‘연중’으로 잡아놓은 부분은 농식품부와의 줄다리기를 끈질기게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경호 사장은 함께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거래제도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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