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중심 친환경인증제’가 부른 인증수수료 상승

  • 입력 2021.01.24 18:00
  • 수정 2021.01.24 18: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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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일부 지역 민간 친환경농축산물 인증기관들의 인증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개별 농가당 약 25만~32만원 선인 타 광역지자체 민간인증기관들의 인증수수료에 비해, 39만원에 달하는 전남 대다수 민간인증기관들의 인증수수료는 비싸다. 왜 그런 걸까?

지난해 하반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주명, 농관원)은 친환경인증 표준 심사관리비(인증수수료) 기준을 상향하고자 고시 개정을 시도했다. 2013년 고시된 표준 심사관리비(1농가 당 15만7,000원)가 7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기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증수수료 수준을 현실화시키겠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농관원은 1~4농가 당 친환경농산물 인증 표준 심사관리비를 15만7,000원에서 36만원으로 상향시키고자 했다. 8년간 물가상승률이 반영 안 된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급격한 상향 시도였다. 이에 친환경농업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안 그래도 어려운 친환경농가들의 인증수수료를 급격히 상향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농관원은 결국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현재 전남의 대다수 민간인증기관들은 39만원의 인증수수료를 적용 중인 상황이다. 일단 전남도에선 도와 시·군이 농가의 친환경 인증수수료를 90% 지원하기에, 농가의 직접적인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과도하게 높은 인증비용을 지자체에서 보전해 줌에 따라 세금이 과다투입되는 문제는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남도(지사 김영록)는 이 문제와 관련해 ‘농관원의 관리 부실’ 책임이 크다고 본다. 민간인증기관의 인증수수료는 농관원 본원의 총괄하에 각 광역지자체의 농관원 지원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 민간인증기관들의 인증수수료는 농관원 전남지원에서 관내 민간인증기관들의 수수료 신청을 반영한 결과인데, 1농가 당 인증수수료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민간인증기관의 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농식품부에 “민간인증기관이 자율 책정 중인 친환경농산물 인증비 수수료를 농관원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승인기준을 마련하고, 승인 요청이 있을 시 관련 기관단체가 참여해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관계자들을 모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인증기관들의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수수료가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다른 가운데 유독 전라남도 민간기관들의 인증수수료가 비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 친환경농산물 하우스에 놓인 유기농자재의 모습. 한승호 기자
민간인증기관들의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수수료가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다른 가운데 유독 전라남도 민간기관들의 인증수수료가 비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 친환경농산물 하우스에 놓인 유기농자재의 모습. 한승호 기자

한편 전남 인증기관들의 높은 인증수수료 문제를 한 꺼풀 더 들여다보면, 이 또한 정부 및 지자체의 ‘결과 중심 친환경인증제’ 논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농관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인증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최근 각지에서 ‘부실인증’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농관원 전남지원 차원에서도 민간인증기관들에 인증심사와 사후인증 강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며 “그 과정에서 민간인증기관 심사원들의 업무량도 늘어났던 만큼 비용도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게 인증기관들의 고충이다”고 설명했다.

즉 농관원은 계속 친환경농가를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요구 중이고, 민간인증기관들로선 출장도, 관련 업무도, 비용도 더욱 늘어나게 됐다. 농관원은 2010년 ‘친환경 인증농가 사후관리 의무화’를 표방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자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인증품과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물며 전남은 전국 친환경농가의 50%가 모인 곳이니 더더욱 집중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남도 또한 ‘결과 중심 친환경인증’ 관점에선 농관원과 다르지 않았다. 전남도는 2018년 ‘친환경농산물 안전관리시스템’을 발표하며 여기에 △잔류농약 검사비 9억4,700만원 지원 △친환경농산물 대상 무작위 잔류농약 검사 △‘명예감시원’을 통한 잔류농약 사용여부 감시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 민간인증기관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해서 ‘고품질 인증’을 민간인증기관에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관리비용이나 인건비도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증기관들로서는 운영이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결국 표준 인증수수료 관련 문제는 농민단체와 인증기관, 정부 간에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는 “어찌보면 전남도 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가 친환경농가 인증수수료를 지원하는 데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던 상황 자체가 결과 중심 친환경인증제의 산물”이라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인증수수료 문제의 재조정만 논의할 게 아니라 친환경인증제 자체에 대한 논의를 강화해,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유통구조 개선이나 판로 확보, 기술개발 등 친환경농업 발전에 필요한 곳에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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