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개혁, 이대로 물 건너가나

대통령 관심 요원한 가운데
반개혁성향 장관 유임 악재

  • 입력 2021.01.2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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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유임 소식에 농정개혁을 요구하던 몇몇 단체·기관 관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을 필두로 한 농식품부가 일부 개혁현안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갖고 저지해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과거 조합장 직선제로 이뤄지던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선거과열을 방지한다는 애매한 목적하에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대의원 간선제로 전환됐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역행할뿐더러 목적조차 온전히 달성하지 못한 대표적 농정개혁 대상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과거 폐해를 답습할 것이라는 논리로 직선제 복원에 반대 의사를 견지하고 있고, 실제로 2019년 국회 논의 당시 농식품부가 법 개정을 저지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는 당사자인 농협이 찬성하고 있고 무엇보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에서 만장일치 찬성한 사안이다. 농식품부 차관까지 참여한 농특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막판에 농식품부가 뒤집었다면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직속’이라는 그 상징적 위치는 둘째치고라도 농정개혁을 위해 수많은 농민·시민·전문가·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댄 ‘국정 협치기구’ 농특위의 의결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렸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확고한 반개혁 성향과 외뿔 같은 고집을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부가의결권’ 적용을 전제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농협에 투표권을 더 많이 주자는 취지로서 개혁의 의미를 거의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농식품부의 농특위 경시 사례는 비단 이뿐이 아니다. 농특위는 지난 2019년 전국 9개도를 순회하며 농정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는 ‘타운 홀 미팅’을 전개했다. 지지부진한 농정개혁을 현장에서부터 구체화하고 관철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초안을 작성한 이행계획안은 농특위가 자체 설정한 개혁의제와 달리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대통령이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농촌 생활여건 개선 △농산물 수급관리 선진화 등 농정 틀 전환을 위한 5대 과제를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농식품부의 보완적인 이행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도매시장 개혁 또한 굵직한 사안이다. 도매법인 독과점으로 인한 도매시장 경쟁력 쇠퇴와 도매법인 과다수익 문제는 더 이상 은폐 불가능한 유통분야 최대의 적폐 사례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통한 경쟁구조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지만 장관이 결사적인 태도로 개혁을 막고 있다. 유통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독과점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돈으로 터무니없이 과한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 또한 농특위는 물론 공정위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개혁사안인데, 농식품부 전체의 조직논리 이상으로 장관의 반대 의지가 확고하다고 알려져 있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도매시장 개혁 안건은 국회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장관이 보수야당 의원들과 함께 여당 의원들의 개혁 요구에 맞서는 묘한 광경도 연출하고 있다.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분야에선 결국 장관과 소관부처의 성향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 농업계는 △농업에 깊은 관심이 없는 대통령과 △개혁의지가 빈약한 장관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겹쳐 정책 개혁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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