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 개편, 왜 ‘헛발질’ 됐나?

  • 입력 2021.01.10 18:00
  • 수정 2021.01.10 19:0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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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했지만 그 효과가 미비해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제주도의 한 농협 직영 선과장에서 농협 직원들이 감귤을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했지만 그 효과가 미비해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제주도의 한 농협 직영 선과장에서 농협 직원들이 감귤을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이후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계 화두로 등장했다.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 치중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을 거듭하던 사업구조 개편은 이명박정부가 밀어붙이며 지난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추진 끝에 완료됐다.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해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지주, 자회사 체제로 개편한 것이다. 핵심 목표는 경제사업 활성화였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린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세워 지난해까지 이행했다.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된 가운데 경제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했어야 할 시점이지만 결과는 예상과 동떨어져 있다. 최근 수년간 이뤄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경제사업 성과가 사업구조 개편 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지난해 10월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경제사업 활성화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사업 실적 등이 매우 저조해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실효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또 다른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에서 불어난 경제·금융지주에,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에 따라 중앙조직이 점점 비대해지며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지역농협과의 사업 경합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속담이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긴 논의 끝에 이뤄진 결정이지만 최선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이런 가능성의 근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더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해 농협 개혁 진영에선 사업구조 개편 문제를 제기하며 연합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좋은농협위원회에서도 연합회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물론 농협 사업구조 개편 필요 자금이 26조4,300억원에 달하고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으며, 정부에서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 등은 이를 명분 삼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미 이뤄진 사업구조 개편을 되돌리긴 어렵다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농협이 투입한 자금은 농민의 눈물이고,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은 국민의 고혈이다.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되돌려야 할 시기가 늦어진다면 더 많은 눈물과 고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농협이 농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1961년 종합농협으로 출범한 농협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다.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지금이 어쩌면 사업구조 개편을 재논의하기엔 안성맞춤인 시기일 수 있다. 기댈 곳 없는 농민들의 비빌 언덕으로 거듭나는 농협의 새로운 100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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