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코로나가 남긴 교훈, ‘먹거리를 자급하라’

국가 간 식량이동 제한 현실화
유사 시 국민 절반이 굶주린다

  • 입력 2021.01.01 09: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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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 삶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친 키워드는 ‘마스크’와 ‘방역체계’다. 갑작스런 괴질의 유행으로 마스크가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되자 한때 사재기·되팔기와 수백미터 구매행렬이 등장하는 등 대란을 겪었다. 다행히 단기간에 생산체계가 확보됨으로써 마스크 수급은 안정됐다. 한편 우리 정부가 구축한 우수한 방역체계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대한민국의 진단키트와 방역체계가 모든 나라가 갈망하는 구호품으로 등극했으며 이는 재난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만약 마스크와 방역체계가 ‘식량’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농업을 통해 생산되는 식량은 꾸준히 다져진 생산기반이 없다면 마스크처럼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또한 방역물품·방역체계가 사람의 ‘건강’을 담보하는 데 비해 식량은 사람의 ‘생존’을 직접 책임지는 재화다.

마스크가 식량과 같은 성질이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 대란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은 고통을 이어가야 했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자랑하는 진단키트와 방역체계가 식량과 같은 성질이었다면 우리나라는 한순간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놓쳐선 안될 교훈이 식량자급의 중요성이다. 실제로 지난 3월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중단을 결정하는 등 식품무역이 일시 경직됐다. 비록 아직까지 우리 일상에 체감 영향은 적지만, 유사 시 국가 간 식량이동이 얼마든지 제한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피해가 적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반기 소비심리 위축으로 96.7까지 떨어졌던 세계곡물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을 100으로 기준삼았을 때의 가격지수)는 수출물량·생산량 감소로 지난해 11월 기준 114.4까지 치솟아 있다.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향후 국제곡물시장을 긴장하며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만 넘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 해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괴질 중 전염력과 치사율이 훨씬 강한 바이러스가 있다면 식량위기는 단숨에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괴질뿐 아니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도 그 규모와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외교마찰이나 국제관계에 따른 무역차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 수준. 극단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자력으로 국민들의 삶을 유지시킬 능력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 자국민이 먹고 남을 정도의 생산이 가능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공급해주지 않는 한 절반 이상의 국민이 굶주려야 한다.

다행히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응답자가 31.3%로 집계됐고(변함없음 67%) 수입 쌀 취식 의향은 2019년 12.8%에서 10%로 감소했다. 국산 농산물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국산 농산물 중심의 적극적인 수급정책을 구상할 명분과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를 던졌고 남은 것은 우리의 몫이다. 다양한 변수가 언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시대. 이제는 농업이 곧 국가경쟁력이며 식량자급이 국가의 기본 소양인 시대임을 국민과 정부가 함께 인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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