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제고, ‘공영 시장도매인’이 발판 될까

  • 입력 2020.12.22 19:06
  • 수정 2020.12.23 07:2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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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2일 서울 중구 소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의실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토론자들이 전원 정면을 향해 착석했으며 서용석·이정삼 두 토론자는 화상으로 원격 참석했다.
22일 서울 중구 소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의실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토론자들이 전원 정면을 향해 착석했으며 서용석·이정삼 두 토론자는 화상으로 원격 참석했다.

 

도매시장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로 인해 서울시(시장 권한대행 서정협)의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전라남도(지사 김영록)의 ‘공영 시장도매인제 추진’이 모두 벽에 부딪혀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 개혁은 진보적 농업계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22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 방안’ 토론회는 시장도매인제, 특히 공영 시장도매인제의 식량자급률 제고 효과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윤재갑·위성곤·이원택·신정훈·박주민·민형배·남인순·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8명의 주최 의원들은 인사말에서 경매제의 문제와 시장도매인제 확대 필요성을 적극 연설했으며, 찬반 패널들 사이엔 여느 때보다 더 날카로운 신경전이 전개됐다.


[발제]
 

김윤두 건국대학교 교수

농가소득은 지난 10년 지속적으로 감소해 도시가구의 50%도 안되는 수준이 됐고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핵심은 도매시장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경매제에 따른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정가·수의매매를 유도했지만 정가·수의매매가 경매가격을 참조하면서 가격변동성이 더 커졌고 불법행위가 양산되고 있다.

중도매인 1인 응찰이나 극심한 가격변동 사례를 보면 경매 자체가 공정하지도 않다. 규모가 작은 개인출하자들이 대규모 출하자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다는 것도 확인됐다. 개혁에 반대하는 도매법인들은 매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며, 농업과 관계없는 모기업들이 현금을 인출해가는 창구가 됐다. 이 돈이 모두 출하자들의 수수료다.

경쟁을 하면 된다. 경쟁하면 생산자·소비자에게 그 많은 돈이 환원될 수 있다. 법에는 허용돼 있는 시장도매인제가 행정입법으로 막혀 있는데, 출하자의 72.4%가 경매제·시장도매인제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도매시장 개설의 주 목적인 ‘생산자·소비자를 이익 보호’의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


 

최철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본부장(전 전라남도 정책보좌관)

지금 가락시장에 ‘공익’과 ‘공정’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나라에서 지은 공영도매시장이지만 도매법인·중도매인·시장도매인은 모두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민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락시장에 경매가 꼭 필요하고 존속해야 한다면 공익 목적의 공영 도매법인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9개 광역자치단체들이 공영 시장도매인으로 도매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시장도매인제의 투명성이 그렇게 우려스럽다면 전라남도가 만들려는 공영 시장도매인만이라도 승인해야 한다. 자본금 총 40억원(전남도 20억원, 농협 12억원, 시군 4억원, 생산자단체 4억원)이며 농민들과 출하물량·가격을 협상하고 가격하락 시 차액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지금 농식품부 장관은 과거 강기갑 의원실에서 개혁을 요구할 때 유통과장으로서 경매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장했던 분이다. 그 과장 계보가 지금껏 이어 오고 있는 것 같다. 농식품부 퇴직 국·과장은 20년 동안 도매법인협회 부회장으로 가고 있고, 도매시장 개혁에 반대 서명을 하는 농민들은 도매법인들로부터 후원받는 농민단체들이 나선 걸로 알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농 갈등으로 문제를 보지 말아야 한다.


[토론]
 

김덕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정책위원장

11~12월에 걸쳐 배추를 출하해 봤는데 인건비도 안 나와 출하를 포기하고 가격을 관망하고 있다. 설 전까진 힘들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다. 농사 15년, 가락시장에 애호박·감자·배추를 출하해 봤는데 이런 암담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경매제의 독점 문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생산자들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생산한 감자가 얼마가 나올지 알 수 없고, 가격이 낮다고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도매시장이 경쟁을 통해 활성화된다면 현장 농민들 소득과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되고 그래야 내년 농사에 작은 희망이라도 되리라 생각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업과 농민이 살아야 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도매법인 독과점 체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공영 시장도매인제 등을 통해 계획생산을 시도해야 한다. 전체의 10% 정도만 계획생산이 돼도 가격안정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한편으론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뿐 아니라, 공공급식 등 도매시장 외 직거래 유통구조도 확대해야 한다.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향후 기후위기 등의 변수가 온다면 농산물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매우 커질 것이다. 경매제 단일체제 하에서 여기에 생산자·소비자를 놓이게 한다면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공공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도매시장에 경쟁체제는 꼭 도입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1980년대 이래 경매제의 기본논리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모두 한계가 있다는 걸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시장도매인제의 문제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경매제의 문제점과 시장도매인제의 긍정적 효과, 수요자의 인식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도매인제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은 제도 등의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시가 개설자로서 가락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농식품부가 모두 막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안법이 규정한 개설자의 권한을 인정해야 하고, 농식품부가 승인권을 가진 업무규정도 개설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길 필요가 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

공급량 자체가 변동하는 것도 도매시장 개혁이 되지 않아서라는 발제자의 주장은 지나치다. 수급 문제는 수입농산물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수익구조는 국산보다 수입에 치중해 오히려 수급불균형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가락시장 도입 결정만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경매가격은 농업인에게 매우 중요한 농작물재해보험·비축지원·채소가격안정제의 기준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제가 정말 농업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장관이 마땅히 지시했을 것이다. 정부가 농업인을 위해 신중하자고 하는 걸 비난하고 있는데, 정부를 비난하는 건 대통령을 비난하는 거고 문재인정부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각으로 장관을 바꾸면 될 일이다. 최근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의 내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

도매시장 경매제 하에서 가격등락폭이 심하다 보니 중소마트들도 힘든 상황이 많이 있다. 시장도매인제와 비교해 보면, 시장도매인은 밤 11~12시에 이미 점포에 모든 물건이 들어와 있어 살펴보고 구매할 시간이 되지만 경매는 품목별로 경매시간이 다 다르다. 상하차할 시간 자체가 안 맞고, 수박 같은 경우 하루 전날 것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중소마트의 64.4%가 시장도매인 가격안정성에 긍정적 답변을 했고 부정적 답변은 3%에 불과하다.

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꺼려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단 10%, 20%라도 도입해 경매제와 경쟁하게 하면 상호 발전이 가능하리라 본다. 압도적 물동량을 가진 가락시장에 최우선 도입해야 한다. 이미 강서시장에서 검증도 됐지 않나.

코로나19 이후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매시장이 변화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매시장이 무너지면 우리 중소마트·자영업자들의 운명은 뻔하다. 누구를 없애고 죽이자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체제를 갖춰 함께 사는 방안을 말하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오늘 주제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의견을 주셨다. 최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의 영향이 큰 듯, 도매시장 개혁을 요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업·농촌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생산량이 늘어야 한다. 그러자면 농민들이 살기 좋아야 할 것이고 그럼 결국 소비자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수십 년간 해본 경매제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이후 농식품부가 후속조치 관련 보도자료를 냈는데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관해선 장관 ‘불가’ 답변 사항이라는 이유로 아예 빼버렸다. 일선에서도 국회에서도 모두가 지적했는데 장관 개인이 불가하다고 해서 아예 빼버리는 게 맞는 일인가. 국민을 대표한 의견이 나왔으면 그걸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 장관 개인 의견이 절대적인지, 대통령이나 국회보다 위에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농식품부와 문재인정부가 도매시장 문제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굉장히 큰 비판을 받게 될 것 같다.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오늘 모인 분들은 대부분 시장도매인제 도입 찬성을 주장하는 분들이라 그렇지 않은 분들의 의견을 소개해 드리려 한다. 농업인들은 서울시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 할 때마다 세 차례에 걸쳐 13만명이 탄원을 냈다. 경매가 위축되면 전체 농업인들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아예 논의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을 다시 객관적으로 검증하자는 입장이다.

출하선택권 등 시장도매인의 장점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가진 연구자들이 많다. 매수거래 확대 취지로 시작한 시장도매인제지만 현재 매수거래 비중은 34%뿐이다. 시장도매인제에 수탁거래가 허용됨으로써 출하자의 출하선택권이 아닌 구매자의 구매선택권이 보장되고 구매자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문제가 생겼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제 관련 연구용역이 지금껏 4번 있었지만 매번 견해가 다르게 나온다. 한 쪽의 연구만 가지고 정부 정책을 펴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가격이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기본상식이다. 도매시장으로 수급을 안정시킨다는 건 수급정책 다음의 문제다.


[좌장]
 

김완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시장도매인제 도입 주장이 처음 나온 게 1998년이었고 2000년 입법화가 됐다. 당시에도 반대가 많아서 강서시장에만 일부 도입해 16년을 운영했고,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제보다 효율적이고 출하선택권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결론이 났다.

결론이 났는데도 안되고 있는 이유는 경험에 의하면 딱 하나다. 경제학에 포획이론이란 게 있다. 특정 이해집단이 로비를 통해 공무원을 사로잡는 거다. 다른 데도 로비를 할 것이다. 생산자단체 중 도매법인의 후원금을 받는 곳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반대 논리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20년 전 처음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할 때와 거의 같은 논리가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엔 개혁의지가 없다고 본다. 청와대나 국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
 

백혜숙 (사)농어업정책포럼 이사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농산물 기준가격은 가락시장 경매로 결정되고 있다. 경매가격의 심한 급등락으로 농민은 안정적인 농사를 영위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농민이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며, 안전한 농식품을 공정하게 유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이 푸드플랜의 핵심이다. 국가 푸드플랜과 연계해 공공성이 강화된 유통혁신을 통해 농민 생활과 국민 생명을 지키고, 나아가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주최 의원님들도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선 농가소득을 높여야 하고, 농가소득을 높이려면 가격변동성 최소화가 필요하고, 가격변동성 최소화를 위해선 경쟁체계 구축을 통한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축사를 해주셨다. 이번 토론회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공영도매시장의 역할을 모색함과 아울러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의 주체로 참여해 공영도매시장 공공성을 강화하는 유통혁신방안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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