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과 경쟁하는 FTA 시대, 농정 방향은

[토론회] FTA 시대를 사는 농민들

  • 입력 2020.12.23 00:00
  • 수정 2020.12.27 23:3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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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20년 12월 현재 우리나라는 59개국과 21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 중 16건이 발효된 상태며, 세계 랭킹 8위를 기록한 FTA 모범국가이자 농산물 수입대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로 체결된 FTA로 농산물 전 품목이 개방된 시대를 살고 있는 농민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 또 농업정책은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지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소재 세종SB플라자에서 농민들과 연구자, 농정담당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 한다.
정리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세종시 조치원읍 SB플라자 회의실에서 열린 ‘FTA 시대를 사는 농민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21일 세종시 조치원읍 SB플라자 회의실에서 열린 ‘FTA 시대를 사는 농민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발제 1 /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통상 전략, 관세율·위생조건 외에 환경문제도 추가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을 둘러싼 통상환경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자유무역협정(FTA) 외에도 코로나19, 미·중 무역전쟁,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기준 최근 서명한 한-인도네시아 FTA까지 59개국과 21건의 FTA가 체결돼 있다. 이 중 16개의 FTA가 발효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입액은 2009년 이후 연평균 5.9%가 증가한 343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FTA 체결국가에서 수입되는 농축산물 비중은 83.5%다. 수입이 늘어난 것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농식품 수출도 상당히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2009년 이후 연평균 6.6% 증가한 70억달러 수준이다. 이 중 FTA 체결국가로 수출하는 비중은 58% 정도다.

올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으로, 세계적인 식품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우리 농식품이 건강이나 면역 과 관련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 관련 김치에 대한 세계 구글 검색량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품목별로 FTA 이후 상황을 살펴보면, 쇠고기의 국내 소비량 중 수입산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는 미국산이 가장 많고 호주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돼지고기는 관세철폐가 상대적으로 빨랐는데 한-유럽연합(EU) FTA 보다 늦게 체결된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유럽연합과 관세철폐 스케줄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따랐기 때문이다. 2019년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 칠레의 돼지고기 관세는 모두 ‘0’이다.

한-칠레 FTA 로 타격이 컸던 포도의 경우, 우리나라 생산량은 급감하고 있고 그 자리를 미국산 칠레산 페루산 등이 차지하고 있다.

2009년~2011년(FTA 초기) 3년과 2017~2019년 3년의 시장개방도(수입의존도) 변화를 살펴봤더니, 전체 농축산물은 2009년~2011년 3년 평균 12.3%에서 최근 3년 22.3%로 늘어났다. 신선농산물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일류는 9.5%에서 24.6%, 축산물은 14.9%에서 24%로 각각 확대됐다. 돼지고기는 9%에서 21.5%로 수입비중이 늘었고 한육우는 32.9%에서 38.9%, 유제품은 6.6%에서 24.9%로 확대됐다.

그동안 정부도 농축산분야 FTA 보완대책을 추진해 왔다. 2004년 한-칠레 FTA를 계기로 1.4조원, 한-미 FTA 대책으로 24조1,000억원 등 투·융자정책을 펼쳤다. 이는 농업인들의 피해보전과 농업경쟁력 제고 목적이 핵심이었다. 2008년부터 2020년간 단기 피해보전대책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의 5.2%인 2조원이다. 농업의 체질개선에 16조7,000억원(44.8%), 품목별 경쟁력 제고에 18조7,000억원(49.9%) 등이 편성됐다.

FTA 국내 보완 대책으론 축사시설현대화업, 밭작물 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 조사료생산기반확충사업 등이 있다. 직접 피해보전제도도 시행됐는데, FTA피해보전직불제라든가 폐업지원제 등을 들 수 있다.

FTA가 체결되면서 국내 농산물의 구조적 변화도 확인되고 있다.

2016년 노지포도 폐업지원 결과 복숭아, 사과 등 과실류로 작목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설포도 농가는 채소류로 작목전환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폐업지원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숙제다. 통상과 관련해서는 최근 RECEPT(아세안 10개국+한·중·일·호주·뉴질랜드 5개국, 11월 15일 서명)이 체결됐지만 이 중 13개국과는 이미 FTA가 체결돼 있어서 한-일 FTA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관세 등이 낮은 수준으로 체결된 상태다. 향후 일본 주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일본과의 추가적 상품시장 상호개방, 원산지, 위생검역(SPS) 조항 등을 예의 주시해 대응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FTA를 비롯한 농업통상전략을 수립할 때 원산지 규정, SPS 뿐 아니라 탄소저감, 기후변화 등이 면밀히 고려돼야 한다. 또 국내보완 대책도 일몰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농업·농촌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발제 2 / 한우준 한국농정신문 기자

신품종 보급부터 유통까지 대책 확산돼야

한우준 한국농정신문 기자
한우준 한국농정신문 기자

농산물 전면개방 시대에 맞서 돌파구를 찾아가는 농가들을 취재했다. 몇몇 새로운 시도를 하는 농가를 제외하면 과수의 경우 대부분 ‘명절농사’ 틀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확기를 명절에 맞추고 제수용에 걸맞게 외관도 좋으며 오랜 기간 판매가 가능한 저장성 등을 충족시키는 품종으로 시장이 단일화 돼 있다. 사과의 경우 후지(부사), 배는 신고, 복숭아는 유모계 복숭아, 단감은 부유로 획일화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시장상황은 변화속도가 빨라 기존 과일 선호도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가 감소하니 재배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지난 2019년 ‘과일 소비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 소비자들의 불만사항 1위가 ‘맛이 없다(60%)’였다. 사과, 복숭아, 감귤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품종이나 품목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과수는 시설투입비가 많고 수확을 해서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유통경로에 대한 경험도 없기에 한 품목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로운 시도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농가들을 만났다. 포도산업의 구세주로 등장한 ‘샤인머스캣’ 농사를 짓는 경북 상주 농민 신현호씨는 먹기 편하고 당도가 높아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이 찾고 있다고 말한다. 샤인머스캣은 20대들에게도 잘 알려진 성공한 신품종이다. 소포장 판매를 하는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사과의 경우 부사에 비해 울퉁불퉁하고 색감도 조금 떨어지지만 껍질이 얇고 당도와 식감에서 만족도가 높은 우리 품종 ‘아리수’를 충북 청주의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었다.

배 주산지 나주에는 ‘신고’ 보다 당도가 높고 크기도 작아 한 번에 먹기에 적당한 ‘추황배’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 배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가 밀려드는 수입농산물 시장의 파고를 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선 임산물인 다래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났는데, 당도가 높고 껍질째 먹는 편리함으로 직거래 판매가 활발했다.

아쉬운 점은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국내 품종들이 개발돼 있지만 홍보가 충분치 않아 농가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정책적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샤인머스켓처럼 히트를 친 품종에 대한 쏠림현상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무조건 심으라고 권장할 것이 아니라 가격과 안정적인 판로확보 등 유통문제에도 발 벗고 나서야 아로니아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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