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농업법인, 어떻게 등장했나?

농민 아닌 자본에 의지한 농정이 원인 … 경쟁력 미명아래 끊임없는 규제 완화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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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우리나라에 농업법인 제도가 도입된 건 1990년이다. 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제도화한 것이다. 규모화된 전업농 육성을 위한 일종의 구조개선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농업법인 제도와 운영 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일련의 과정을 거쳐 농업법인은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으로 정의됐고, 사업 범위·조합원 자격·출자 면적 확대, 설립주체 다양화 등 농업법인 설립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이어졌다. 1994년 제정된 「농지법」에선 농업법인에 농지 소유를 허용했다.

2000년대 들어 농지법이 개정되며 농업회사법인의 설립 요건은 더욱 완화됐다. 농업회사법인의 경우 주식회사 형태를 인정했고, 총출자액 한도도 삭제했다. 무엇보다 농업인을 대표자로 두게 한 규정을 삭제했다.

2009년엔 농업법인 제도를 더욱 체계화하기 위해「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육성법)」이 제정됐다. 이후 규제 완화가 본격화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엔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참여를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출자 제한을 대폭 완화해 비농민의 출자한도를 총출자액의 90%까지 허용했다.

농업법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1990년 대엔 일반 농가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대폭 확대됐다.

결국 이런 과정들을 거쳐 2000년대 중후반과 최근까지 농업회사법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목적 외 사업을 하는 농업회사법인도 비례해 증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농민을 농업의 주체로 세우는 농정이 됐어야 하는데 비농민과 자본을 농업에 끌어들이려 한 방향 자체가 문제”라며 “문제는 농업회사법인이다. 결국 농어업육성체법을 악용해 농업회사법인이 90%까지 비농민 자본을 끌어들여 농지를 사서 팔아먹는 투기적 형태들이 드러났다. 또한 유통업을 하면서 정부 정책지원금을 챙기는 문제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이수미 연구기획팀장도 “농지를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누더기 농지법과 비농민의 농업 진입을 낮춘 농어업경영체육성법의 허점들이 축적돼 하나의 합작품으로 농업법인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도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미래농업을 위한 농업법인 제도의 활용’ 보고서에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농업법인 도입 당시의 목표·문제의식은 상당히 희석됐다”며 “사업이 ‘개별농가가 아닌 조직·법인 우선’ 지원 원칙으로 진행되면서 지원 자금 수취를 위한 명목상의 법인들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지속적으로 진행된 규제 완화 조치를 거치면서 현재 농업법인은 농업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보다는 농업 경영을 보완하는 조직, 농산물 가공·유통 등 농산업 관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농어업경영체육성법을 개정해 농업회사법인의 비농민 출자한도를 50% 이하로 낮춰야 농업을 위한 법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전수조사를 거쳐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목적 외 사업을 하는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해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농업회사법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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