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20 농해수위 국정감사 - ②농식품부 일반정책분야

  • 입력 2020.09.12 11:45
  • 수정 2020.09.13 12: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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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박경철·홍기원·권순창·강선일·한우준·장수지 기자]

2020년 국회 국정감사가 다음달 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선 어떤 주제들이 농해수위에서 다뤄질지 △대통령 농정공약 △농식품부 일반정책 △축산정책 △농협 및 농식품부 산하기관으로 구분해 소개한다.
지난 6월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냉해 특별 대책 촉구! 농작물 재해보험 전면 개정!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에서 한 농민이 피해 상황을 알리며 이상기후 농업재해의 근본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월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냉해 특별 대책 촉구! 농작물 재해보험 전면 개정!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에서 한 농민이 피해 상황을 알리며 이상기후 농업재해의 근본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후속 농정분야 대책 점검

지난해 10월 25일 농민들을 격분하게 만든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바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선언이다. 앞으로 있을 WTO 협상부터 우리나라는 농업도 선진국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는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게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이후 어떤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세율, 보조금 등에서 국내 농업에 미칠 악영향을 상쇄할 방안을 예산·정책·제도 각 분야별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경매제 폐단 방관하는 농식품부

농산물 도매시장 개혁은 기득권의 반대에 막혀 10년 이상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과제다. 폭락으로 농민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상황에서도 경매회사인 도매법인들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며, 이 돈은 대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두 번 다시 농업계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

경매제에 경쟁요소를 부여해야 한다는 숱한 언론보도와 출하농민들의 요청이 있었고 대통령직속 농특위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책 주체인 농식품부가 꿋꿋이 기득권을 비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농식품부의 실책을 일갈하고 불합리한 착취구조 속에서 농민들을 구해낼 수 있을지, 농해수위원들의 강단을 확인해볼 중요 포인트다.

 

채소가격안정제 적극성 결여

채소가격안정제는 농식품부 수급안정 정책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사업이다. 폭락 시 차액보전을 조건으로 농가와 생산약정을 맺고, 이 물량의 일부를 수급조절에 활용하는 내용이다.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이 많아지고 효과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해진다.

현재 채소가격안정제의 5개 대상품목 점유율은 15%로 설계 당시의 목표 점유율은 달성했지만, 목표 상향 필요성이 제기돼 정부에서도 ‘2022년까지 30% 달성’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주력사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매년 예산편성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농식품부가 94억원 증액을 요청했지만 설사 원안대로 편성된다 하더라도 이정도 예산 증액 추세론 기한 내 30% 달성도, 품목 확대도 불투명하다.

 

양파 수출기반 실종

지난해 양파가 30년만의 대폭락을 맞자 정부는 수출물류비를 추가지원하고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을 벌이며 양파 수출을 늘렸다. 기껏해야 수천톤에 불과했던 국산양파 수출실적은 이에 힘입어 5만톤으로 급증했다. 비록 국내 수급에 엄청난 효과를 낼 정돈 아니었지만 수출길을 열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고, 농민들과 국회는 수출기반 유지를 당부했다.

그러나 폭락을 벗어나자 정부는 수출지원에서 손을 거둬버렸고 올해 양파 수출실적은 5,000톤으로 원점 복귀했다. 의욕적으로 투입한 해외마케팅 비용은 수출의 밑거름이 아닌 1회 소모성 예산이 돼버렸고, 연속성이 끊어진 이상 추후 폭락 시 수출물량 회복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수급이 호전됐다지만 힘들게 개척한 수출기반을 포기한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4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의 ‘5개년’은 어땠나

올해는 농식품부의 4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2016~2020년)이 마무리되는 해다.

4차 5개년 계획의 첫해였던 2016년은 저농약인증제 폐지와 함께 시작했다. 저농약 농가들에 대해 정부는 무농약·유기농 인증으로의 이렇다할 유인책(친환경농업 기술개발, 판로 확대 등)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 과정에서 저농약 재배농가의 대부분이 친환경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친환경농업 확대를 야심차게 주창했던 농식품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친환경농업은 여전히 정체상태다. 2014년 8만3,367ha였던 친환경 인증면적은 2018년 7만8,544ha로 줄어들었다. 대다수 친환경농민들은 판로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어려움은 코로나19로 학교급식 중심의 공공급식 체계가 파행을 겪으며 더 커졌다.

이 시점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4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의 지난 ‘5개년’을 평가해야 한다. 지난 5년간의 친환경농업 정책 평가를 통해, 향후 설계될 5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은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보상 축소 ‘약관 개악’ 눈감아준 농식품부

지난 4월 갑작스러운 영하권의 이상저온에 과수 꽃눈 대부분이 고사했다. 적과가 필요 없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던 반면 적과 전 피해를 보상하는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은 농민들도 모르는 새 보장률이 80%에서 50%로 크게 줄어 적지 않은 반발을 야기했다.

전국 과수 농민들은 NH농협손해보험에 약관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한편 약관 개악을 허용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도 쓴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보험 운영비 지원은 물론 보험사 손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재보험제도’까지 운용 중인 농식품부는 농민보다 보험사 편을 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농해수위 위원들이 농민의 절절한 심정을 어떻게 대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농민들,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촉구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란 걸 증명하듯 올해 농업계는 극심하고 연속된 재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상저온은 물론 유례없이 긴 장마와 연달아 들이닥친 태풍까지 농가 입장에선 복구 의지마저 다지기 힘들 만큼 피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행 농업재해대책법 상 피해 농가에 지급되는 복구비는 농약대와 대파대 수준에 불과한데다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해 실질적인 대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반복·강화되는 재해가 더 이상 농민 스스로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농민들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근본대책의 일환으로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달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농자재 피해 ‘시시비비’, 왜 농민 스스로 따져야 하나

종자, 모종, 상토, 농약, 농기계 등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농자재 불량 및 사기 등에 대한 피해 구제 대책이 절실하다.

농자재 관련 피해의 경우 항상 농민이 직접 갈등을 야기한 농자재 업체 등과 직접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데,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농민 대다수가 보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 농민이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작물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원인 분석 및 특정과 그에 따른 원만한 해결 역시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농업계 내에선 농자재 분쟁을 중재하고 지원할 별도의 책임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년간 제기해오고 있다.

 

과수화상병 확산세, 언제까지 결론 없는 ‘연구’만?

발병 시 과원을 폐기하는 방법밖에 없는 과수화상병 피해가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전체 발생면적은 약 350ha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25ha와 비교해 2.8배 급증했다.

국내 최대 규모 농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은 작업자에 의한 전파가 가장 유력하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그칠 뿐 아직 정확한 감염경로도 밝혀내지 못한 데다 2015년 첫 발생 이후 5년이 지난 후에야 근본해결을 위한 연구협의회를 구축했다. 저항성 품종과 치료제 개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되나 올해 보상기준 변경으로 농가 피해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농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 개발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간척지도 모자라 농업진흥구역까지 태양광 허용?

지난해 7월 법 개정을 통해 공유수면매립지(간척지) 토양염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농지 타용도 일시허가를 통한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설비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에 최근 새만금을 비롯한 전국의 간척지에 태양광 사업이 활개를 치고 있으나, 일각에선 용수 공급이 원활할 경우 토양염도가 기준 이상으로 측정돼도 염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하며 염해 기준 재정립을 통한 간척농지 보전에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돼, 농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다. 지난해에만 1만6,467ha의 농지가 전용된 만큼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농지 보전 의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정은 컨설팅 농정?

우리 농정의 상당수가 연구용역사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농업농촌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이행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 이 때도 연구용역이 발주된다. 연구용역비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데, 문제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겸비하면서 지역주민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컨설팅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농정모델도 유럽형을 모범답안인 양 들여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한민국 농정이 컨설팅업체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을 개혁하려면, 최소한 농림축산식품부 최근 10년간 연구용역사업 내역 자료를 요청해 분석하고 실태파악과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대세 지방농정농민수당, 국가농정화 언제쯤

2018년 해남군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농민들이 직접 제안한 농민수당은 놀라운 속도로 확산세를 보이며 주요 지방농정으로 자리 잡았다. 기초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시행하던 초기 수준을 벗어나 현 시점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확정지은 상태다.

그러나 광역 시행 과정을 거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기와 지급대상, 지급금액을 놓고 농민들과 지자체가 대립하는 양상이 여기저기서 관측됐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농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공익적 가치 보상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비록 직불제가 공익의 이름을 달고 개편됐지만, 여전히 직불제의 수혜를 온전히 입지 못하는 많은 소농과 은퇴농들이 존재하는 만큼 농민수당을 국가농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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