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배추 폭등’ 기사인가

배추 생산원가 71% 상승
“단편적 폭등 보도 너무해”

  • 입력 2020.09.13 18:00
  • 수정 2020.09.13 21: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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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배추·무 전문 도매법인 대아청과(대표이사 박재욱)가 최근의 단편적인 ‘농산물 폭등’ 언론보도에 경종을 울렸다.

대아청과는 지난 9일 올해 고랭지배추 생산원가를 조사·발표했다. 공신력을 가진 기관은 아니지만 배추에 관해선 국내에서 독보적인 업체며 정부 조사에 앞서 현장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자료다.

조사 결과 올해 고랭지배추 한 망(세 포기)의 생산원가는 1만1,129원이다. 2018년 6,490원에 비하면 71%나 상승했다. 토지임차료·인건비가 오르고 잦은 호우에 방제비용이 크게 늘었으며, 장마 이후 생육부진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30%가량이나 줄어든 탓이다.

최근 가락시장 배추 경락가는 망당 2만원에 육박한다. 원래 배추 가격이 비싼 계절임을 감안하더라도 평년대비 50% 가까이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면적 자체가 줄어든 상태에서 생산량까지 줄어드니 가격 상승은 정한 수순이다.

하지만 모든 배추가 2만원에 거래되는 건 아니다. 2만원이라는 기준가격은 전체 가격이 아닌 ‘상품’ 가격을 말하는데 작황부진으로 이 상품 물량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반대쪽 35%의 물량은 생산원가(1만1,129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아청과 9월 1~8일 배추 전체 평균경락가는 1만4,173원으로 원가대비 아주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며 농민들은 오히려 소비부진과 추석 전후 출하증가로 인한 가격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아청과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선 언론보도 내용처럼 엄청난 부담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배추 세 포기 가격을 2만원으로 보더라도 커피 네 잔 값에 불과하며 이것이 4인 가족의 한 달 김치 소비량이다. 더욱이 가락시장 반입 배추는 58%가 요식업소 등으로, 20%가 김치공장으로 유통된다. 김치는 가정에서 직접 담그기보다 완제품 형태로 소비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김치에서 차지하는 배추의 비중은 20% 미만이기 때문에, 김치 제품에선 수급상황에 따른 소비자의 가격부담이 더욱 완화된다.

제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만을 부각시키는 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자칫 농민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지난달 한때 시설채소류 가격이 불과 열흘 동안 반짝 상승한 적이 있지만, <중앙일보> 등 유력 언론들은 ‘한 달 전의 시설채소 가격’과 ‘현재의 배추가격’을 엮어 자극적인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그 실체는 모두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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