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수준의 농작물 복구비 지원돼야

  • 입력 2020.09.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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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결실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황금빛 나락이 들녘에서 물결치는 풍경을 떠올리는 수확철이 다가왔지만 지금 농촌현장은 재해 피해복구에 시름하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으려면 때에 맞춰 수확하고 제값에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50일간의 긴 장마가 끝나고 뒤를 이은 4개의 태풍으로 농작물은 속수무책 피해를 입었다. 생계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농사현장에서 농민들은 앞날이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8월부터 9월초까지, 며칠사이 연이어 발생된 태풍은 피해복구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 8월초에 시작된 태풍 ‘장미’부터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강한 비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곳의 모습은 처참했다. 시설하우스는 붕괴됐고 출하를 앞둔 하우스 채소들은 물에 잠기고 쓰러졌다. 쓰러진 벼의 낟알들은 물에 잠겨 수확량 감소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수확량 감소는 농가소득과 직접 연결된다. 생산량이 줄면 수취가격이 좋아 농민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것은 농산물 수입자유화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재해로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되면 저가의 수입농산물이 더욱 활개치며 국내 농산물 자리를 점령해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품목의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물량을 풀거나 수입을 통해 가격을 하락시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논리로 어쩔 수 없이 농사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던 농민들은 이러나저러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생산비라도 건지기 위해 빚을 내 농사규모를 키웠지만 이렇게 재해를 입게 되면 생산비는커녕 복구할 수 있는 비용도 온전히 지원받지 못한다. 재해로 상품성이 떨어지고 병해충까지 증가된 상황에서 판매할 수 있는 농작물 양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농가경제는 재해복구 비용 부담과 함께 이중삼중의 고통에 처하게 된다.

연이은 재해로 많은 농가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특히 올해 4월 저온피해부터 수해, 태풍피해까지 과수농가에게 닥친 시련은 절망적이다. 나무에 매달려 익어가야 할 과수들은 강풍을 버티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고 오랜 장마로 병들었다. 연이어 불어 닥친 태풍으로 거의 모든 나무에서 낙과가 발생해 추석시장에 낼 물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황폐해졌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았던 과수농가였지만 수요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개정하며 사보험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을 외면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늘어나는 자연재해로부터 농가 피해율을 보전해 줄 의지보다는 회사가 더 우선이었다. 기후변화의 위기상황에서 농가가 의지할 수 있는 장치는 민간보험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현재의 재해복구비는 피해에 대한 직접지원보다는 간접지원이 대부분으로 현행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복구는 물론 내년 농사를 생각하기도 어렵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생산비 수준의 복구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또 농민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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