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고추 가격상승 … 정부 방출카드 ‘만지작’

장마·호우 여파로 생산량 급감 … 수급 차질 우려
농가소득·식량자급 위해 방출 신중 요구 목소리도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건고추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정부 비축물량 방출에 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비축물량 방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지만, 농민들은 농가 소득보전과 장기적 수급위기 대비를 위해 방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고추 가격은 유례없이 긴 장마와 7월 말~8월 초 집중호우를 계기로 급격한 오름세를 탔다. 직접적인 침수·유실 피해도 있지만 그보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병해가 원인이다. 7월까지만 해도 600g당 9,000원대였던 도매가격이 지난달 상순 이후 1만원대로 올라서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선 1만8,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조심스럽게 정부 비축물량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대책 매뉴얼상 가격안정을 위한 비축물량 방출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행할 순 없지만 햇고추 성출하기가 지나는 이달 중·하순엔 방출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의 건고추 비축물량은 5,314톤(2015년산 655톤, 2016년산 1,275톤, 2019년산 2,684톤)이다. 농식품부가 대략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전년대비 생산량 감소분은 1만톤 이상으로, 수급상황만 바라보면 비축물량 방출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고심에 빠져 있다. 고추는 영세농들의 가계경제를 지탱하는 중요 품목인데 지역에 따라선 아예 고추가 전멸하다시피 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현장의 상황이 처참하다. 생산량이 크게 무너진 만큼 높은 가격이 유지돼야 농가가 소득을 낼 수 있는데,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은 자칫 급격한 가격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이종관 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고춧값이 최소 1만원 이상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보는데 올해는 물량 자체도 없고 방제비·인건비가 훨씬 많이 들어 1만원대 초중반도 부족하다”며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은 장사꾼들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깎아내리는 명분이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차원의 문제 제기도 있다. 자급률 40%선마저 무너져버린 우리 건고추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입물량 감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정부 비축물량은 언젠간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양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방출해 가격을 낮추려 하기보단, (국내 공급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고추 부족에 대비해 오히려 더욱 비축물량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수출국인 중국도 올해 홍수와 이상기후로 심각한 고추 흉년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