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부터 경기까지 … 농민수당이 번져간다

전남·충남·전북 앞장서 지급
봉화·청송·여주도 지역 선도
농민들 얼굴에 웃음꽃 핀다

  • 입력 2020.07.0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들의 피땀어린 노력 끝에 마침내 농민수당이 무르익고 있다. 지급액수나 지급기준 등의 논란이 진행 중이고 아직 도입 논의조차 뒤쳐진 지역들도 있지만 분명한 건 올해부터 전국 곳곳에서 농민수당 지급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올해 농민수당은 3개 광역자치단체와 그 외 3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지급 혹은 지급 예정돼 있다. 선두는 단연 전남이다. 강진·해남·화순·순천·영암·장흥·함평 등 이미 지난해부터 시군단위에서 농민수당을 지급해온 전남은 올해부터 도 단위로 제도를 정비했다. 비록 시군별 최대 120만원의 계획단가가 60만원으로 통일됐지만 농민수당 최선진지로서의 위용은 건재하다. 코로나19 경제피해를 맞아 상·하반기분 수당을 지난 5월 일시지급해 지역경제에도 순기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여가 첫 테이프를 끊은 충남도 농민수당 지급을 본격화했다. 시군별로 1차 45만원 지급이 진행 중이며 추경에서 2차 35만원 지원을 확정, 11월까지 전국 최대인 8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전북 역시 추석 전까지 60만원을 일괄지급할 예정이다.

아직 광역자치단체의 손길이 더딘 지역에서도 먼저 길을 개척하는 시군이 있다. 경북 봉화는 지난해 50만원에 이어 올해 70만원 지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웃도시인 청송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50만원 지급을 완료했다. 경기 여주는 6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역별로 지급액, 기준, 명칭 등에 갖은 논란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수당을 지급받은 농민들의 표정은 사뭇 밝다. 충남 예산 농민 강동기씨는 “공돈이 생긴 것도 같지만 농민들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좋다. 벼농사만 짓는 사람들은 가을까지 돈 나올 데가 없는데, 농민수당이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기뻐했다.

경북 봉화의 조규영씨는 “농민수당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임차농·소농·인근시군 농가 등 농사를 지으면서도 못 받는 분들과 식사나 농자재 구입에 나눠 쓰고 있다”며 “하루빨리 농민 모두 빠짐없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수당에서 끝내 여성농민이 소외되자 부부가 농업경영체 등록을 바꿔버린 사례도 있다. 정영이 구례군여성농민회장은 “여성농민도 농민수당을 한 번 받아보자고 올해 경영체 등록을 남편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바꿨다. 농민수당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 턱 내기도 하고, 쇠고기·장어·고급프라이팬 등 평소에 망설여지던 곳에 값지게, 자랑하면서 쓰고 있다”며 웃음지었다.

신춘하 전 영광군농민회장은 “농민수당 지급은 보편적 복지 이전에 농업·농민에 대한 가치의 보전 문제다. 그간 기업·수출 중심 정책으로 농촌을 피폐하게 만든 국가가 이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끌어가야 하는데, 국가 정책이 부재하다 보니 농민들이 지방정부에서부터 정책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농민수당의 의의를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