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 농민수당’의 모습을 고민하다

  • 입력 2020.06.21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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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18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농민수당 운동이 본격 전개되기 시작한 이후, 수많은 지방정부에서 그 정신을 따르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기본소득 논리를 바탕으로 농민기본소득이 주창되는가 하면, 심지어 직불제도 또한 ‘공익형직불제’로 간판이 바뀌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이수미 연구기획팀장의 보고서를 통해 “농민수당은 지난 2년간 많은 이슈를 일으켰고 현장에서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지만, 이와 함께 농민규정, 농촌규정, 농업경영체 등록제의 한계 등 여러 가지 논쟁도 불붙게 됐다”라며 “작년 연말에 개편된 직불제에 대한 논의과정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라고 현재를 짚었다.

접점이 필요한 가운데, 날것의 생각을 공유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를 맡은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민수당은 지자체 중심의 고민이지만 기본소득은 국가적 차원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관계와 형태로 운동 간의 차이를 극복해 나가며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고민해보기 위해 간담회를 열게 됐다”라고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녀름의 보고서를 발제문으로 삼아 그간 운동을 추진하고, 연구와 분석을 이어온 관계자들이 모여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상할 최적의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사회), 이수미 녀름 연구기획팀장(발제),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사무총장,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박경철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송원규 녀름 부소장,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승호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사회), 이수미 녀름 연구기획팀장(발제),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사무총장,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박경철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송원규 녀름 부소장,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승호 기자

공익형 직불제·농민기본소득과의 관계

송원규 녀름은 발제에서 방안을 내지는 않았다. 쟁점이 될 것들이 많아 건설적인 방향보다는 논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익형직불제에서 기본형 직불제를 늘리는 방식, 선택형 직불제로 가면서 정부와 지방이 예산을 나누는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농민기본소득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유찬희 전선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우선 농민수당은 기본소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기본소득 논리에서는 무차별성, 보편성, 개별성을 충족하면 나머지는 변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에 농민이 됐든 농촌이 됐든 뭔가 붙는데, 직군과 같은 느낌이 들어 과연 무차별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시행되는 농민수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뭔가 해야 된다’는 단서를 붙여 무조건성에도 걸린다. 그리고 경기나 충남 부여를 빼면 사실상 가구 단위로 준다(개별성의 문제).

또한 녀름은 직불제와 농민수당이 다르다고 했는데, 물론 형성된 과정과 논의 과정은 굉장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농민수당과 직불제는 98% 같다고 본다. 공익이라는 접점에서 차이가 있다면 농민수당은 ‘농업·농민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많은데 그것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직불제는 ‘비록 그렇긴 하지만 퇴비도 버리고 수질도 나빠지는 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공익을 얘기하지만 그 점은 다르다.

결국 입법화 얘기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공익형직불제에 선택형 직불제로 넣는 형태를 지지하지만 이것도 힘들다. 공익형직불제나 농민수당이나 집마다 한 명만 주는 게 대부분인데 사람 한 명은 각자 한 명의 역할이 있다. 선택형 직불로 가되 여기서 기본소득 얘기를 끌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박경철 농민수당은 농민수당대로 열심히 하고, 중앙정부는 공익형직불제를 열심히 하고, 기본소득은 기본소득대로 하다보면, 어느 쪽의 정책 효율성 소위 효능감이 더 우수한지 결과가 나올 거다. 조만간, 2~3년 뒤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기본소득 관점에서 농민수당을 봤다. 농민들에게는 농민들 언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농민수당이라 부르지만 생각하는 개념은 기본소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본소득 만큼 사람의 인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사상적으로 강한 무기는 없는 것 같다. 이해도 쉽다. 이번 재난지원금 또한 정책 관료들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생각이었지만 (대중의 뜻을 받아 안은) 정치가 그걸 해결했다.

논쟁은 계속하되, 정부의 공익형직불제가 과연 합리적으로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처럼 가급적 조건 없이 직접 주는 게 좋은지, 하다보면 국민과 농민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그 인식을 바탕으로 주장하고 정치계에서 받아들이면 좋은 정책이 나올 것이다. 농민기본소득이라 해서 배척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같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송원규 농민수당을 주장하는 농민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농민기본소득은 나중에 보편적 기본소득 확대를 전제로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농민들이 먼저 농민수당을 시작했음에도 받던 것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중에 농민에게 (공익적 가치 등) 추가로 보상돼야 할 부분은 기본소득 외에 농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오순이 어떠한 방법이 농민들에게 유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이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 쉬울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농민수당은 현재 농가 단위로 지급되지만 원래 의미는 전체 농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말은 농민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경기도의 것도 농민수당에 가깝고, 농민기본소득 운동을 한다면서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해매고 계신 분도 봤다.

기본소득과 농민수당은 일단 재원부터 다르다. 기본소득은 농업예산이 아닌 정부의 다른 예산에서 나가야 할 부분인데,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농민에게) 왜 이렇게 지원이 많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국민적 동의를 얻는 측면에서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

심증식 농민기본소득은 용어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 지금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은 명칭 자체가 정파를 나눈다. 때문에 정리가 안 되고 논의의 진전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정파성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논의가 진전될 수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전국화 방향은 지역정책, 형태는 ‘농촌수당’으로?

유화영 광역에서는 3개 도가 조례 제정이 됐고, 나머지 도에서도 제정을 하고 전국화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운동 방향에서는 (이를 위해) 입법화와 공익형직불제를 확대하는 것 두 가지 다 요구할 것인지, 하나만 할 것인지 고민할 여지가 있다. 대중투쟁을 통해 입법화를 요구한다고 했을 때 정치인들이 나설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인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힘을 실어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유찬희 농사짓는 분들이 지역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그분들만 계신다고 지역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지역에 계신 분들이 하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농촌기본소득은 찬성을 한다. 지역정책으로 들어가면 인구위기지역 특별법, 공동체활성화법 등과 함께 몰아갈 수 있다. 근데 요즘 지방소멸에 대해서 반론이 좀 나온다. 차세대 생산력 지수라는 것을 누가 또 던졌다. 비록 지금은 사람 적지만 10년 지나면 애 낳고 많이 키운다는 것이다. 지역 단위에서 보듬으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곳은 특히 농촌이다. 농민수당법을 만들거냐, 직불제와 함께 갈 것인가. 굳이 고른다면 직불제와 연계한 지역정책이 맞다고 본다.

송원규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이 정책을 시행한다면 유지시키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의 정책으로서 농민수당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인구정책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농민수당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또한 농촌운동으로 자연히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박경철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을 어디서 관장해야 할까?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인구에 대해 관심이 없다. 지방공무원들은 인구 한 명 늘리는 것이 목숨줄과 같으니 (열성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사업을 이런 방식으로 바꾸는 계기도 될 것이고, 앞으로 자치분권이 강화되면 지자체의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엔농민권리선언에는 농민의 정의가 나오는데, 사실상 농촌주민을 말하고 있다. 농민운동하시는 분들은 마음을 넓게 잡아 농촌주민을 살리는 쪽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농민수당을 확대하고. 농촌으로 나가는 작업을 해야 전선도 확대되고 힘을 받는다.

심증식 농업예산을 늘리라는 외침은 사실 공허하다. 구조를 흔들어 농업예산의 구조를 직불제 중심으로 바꿔내지 못하면, 정부 사업과 매칭으로 예산을 쓸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는 쓸 예산이 없다. 전체 농업예산의 얼마를 직불금으로 고정하는, 구조를 돌려내는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또 농민수당 운동을 하는 농민운동 진영은 이제 농촌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촌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다 드러나고 있는 판에 농촌주민들을 끌어안을 방향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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