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굶주려도 도매법인은 배가 ‘빵빵’

연간 수십억대 수익구조 견고
현금배당·접대비 등 과다지출
기부금 편중지출 경향도 여전

  • 입력 2020.06.1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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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싣고 온 농산물을 하역하려는 차량과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한승호 기자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싣고 온 농산물을 하역하려는 차량과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한승호 기자

2019년은 농산물 동반폭락으로 농민들에게 가혹한 한 해였지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곳간은 여전히 농민들에게서 거둬들인 돈으로 넘쳐났다. 본지는 4월 20일자 보도를 통해 가락시장 5개 청과도매법인들이 지난해 합계 1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대기업·자본가 주주들에게 144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공사)와 이태성 서울시의원은 보도 이후 도매법인들의 2019년 재무상태 분석자료 일부를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추가로 법인별 구체적인 재무상황을 살펴봤다.

5개 도매법인들의 당기순이익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평균 36억원 수준이다. 무·배추 전문법인인 대아청과의 실적이 90% 가까이 줄었음에도(3억원) 평균이 30억원을 넘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14.7%(동업종 3개년 평균 2.8%), 유동비율은 1,054%(업종평균 148%), 부채비율은 15.2%(업종평균 140%) 에 달한다. 도매법인들의 기형적이라 할 만치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건실한 재무구조를 설명해 주는 수치들이다.

곳간이 가득하니 씀씀이도 남다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사용가능 예금을 합치면 법인별로 200억~500억원 수준이며 이와 별개로 투자자산은 3억~178억원이다. 5개 법인의 평균 접대비는 7억7,000만원으로 매출액대비 2.6%를 차지한다. 2018년 김병욱 의원 조사에 따르면 통상 매출액대비 접대비 비중은 중소기업 0.42%, 대기업 0.05%다. 도매법인 접대비엔 출하손실보전비 지출이 포함돼 있다지만 이는 평균 1억원 남짓으로, 과도한 접대비 사용을 부정할 수 없다.

주주배당금은 이미 보도한 바처럼 한국청과·대아청과가 각각의 사정으로 배당을 하지 않았음에도 5개 법인 합계가 역대 최고 수준인 144억원이었으며, 최근 5년 합계는 418억원에 달한다. 덧붙여 임직원 평균급여는 7,000만원 안팎이다. 이태성 의원이 공사에 대표 및 임원 급여를 별도로 제출 요청했지만 법인들의 공개 거부로 확인할 수 없었다.

5개 법인 기부금 총액은 11억원으로 매출액대비 0.7%인데, 그동안 지적돼온 농민단체 편중지원 경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한 해 5개 법인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농민단체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지도자회)·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한국화훼협회 등 네 곳이며 한농연이 9,700만원, 지도자회가 9,000만원, 나머지 두 곳은 2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농연과 지도자회는 도매법인과 함께 도매시장 개혁에 반대 입장을 세우고 있는 대표적 농민단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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