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락시장 주재 출하주의 서슬퍼런 ‘눈’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회장

  • 입력 2020.06.07 18:00
  • 수정 2020.06.10 11:0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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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한유련)는 소위 산지수집상들의 전국조직이다. 지난달 22일 취임한 최병선 회장은 지난해 대아청과 매각 사태 이후 ‘시장 주재 출하주’를 자처하며 7개월 동안 경매현장을 감시해온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경매의 불공정성과 무분별한 수입농산물 반입을 목도하고는 특유의 괄괄한 성격으로 호통을 쳐가며 농민들과 연대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출하자들에겐 멀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도매시장. 그 안에서 ‘출하자의 눈’을 번뜩이고 있는 최 회장을 만나봤다.

 

최병선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협회장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협회장

산지유통인들의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
나는 한유련 창립 발기인이지만 18년 동안 다른 사업을 하다 1년 반 전에 복귀했다. 과거부터 산지유통인들은 제주당근, 해남배추 등 산지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18년만에 돌아와 보니 수입당근이 국내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수입김치도 어마어마하더라. 18년 전엔 무·배추·양배추 수입은 꿈도 못 꿨는데, 이제 버젓이 도매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것들이 도매시장에 풀리면 국내 생산은 전폐의 위기다. 당근이 망해 무를 개발했는데, 무 수입이 들어오면 산지개발을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농민이 아닌 소비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짠다.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라 모든 농민들이 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도매시장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 생각하나.
도매시장은 완전히 투기장화 돼버렸다. 대기업과 투기세력이 도매법인에 들어왔다가 되팔아서 돈 버는 식이니 농산물 유통에 철학이 없는 것이다. 그만큼 도매법인은 수익성이 좋다. 50억원 자본금의 대아청과가 560억원에 매각되고, 1년에 쓸 돈 안쓸 돈 다 쓰고서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낸다. 그런데도 출하자를 위한 수수료 인하나 서비스 제고는 하나도 없다. ‘니들이 가면 어딜 가겠냐’며 출하자를 우습게 보는 거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은 설립한 이유가 없다.

‘시장 주재 출하주’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는.
경매제만 우월하다 외치는 자들은 다 사기꾼이다. 전광판에 숫자가 찍힌다는 것 외엔 투명한 게 없다. 같은 출하자가 같은 물건을 같은 도매법인에 보냈는데, 하나는 1만원이 나오고 하나는 7,000원이 나온다. 도대체 뭐가 기준가격인가. 중도매인 수도 부족하고 조금만 수요공급이 안맞으면 운으로 팔아야 한다. 차라리 위탁상 시절엔 이해 가능한 이유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산지에서 선별해 오는데도 이 모양이다. 도매법인은 이 가격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않고 이윤에만 혈안돼 있다. 수수료만 해도 하루에 배추 1대를 파는 청량리시장과 100대를 파는 가락시장이 똑같이 받고, 하역비도 돈은 출하자가 내는데 협상은 자기들끼리 하고 있더라.

한유련의 활동기조가 지금까지보다 강해진 것 같다. 회원들 사이에 의식변화가 있는 건가.
의식의 변화 수준이 아니라 지금 한유련 회원들은 난리가 났다. 그동안 행동을 보여온 내가 회장으로 당선된 것 자체가 그 분위기를 증명한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고, 나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는.
우리 회원들의 권익에 반하는 법인과 단체, 정부와 관리공사 등은 반드시 싸워서 무너뜨릴 것이고, 대화와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함께 논의할 것이다. 3년 동안 내가 조그만 기초라도 만들어 놓고 간다면, 한유련은 후배들의 노력으로 유통개선의 최선두에 서게 될 단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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