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지속가능성 위한 ‘민·관협치’ 중요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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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현재 도시 농민들은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특히 ‘민·관협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관협치 통한 안정적 논의체계 절실

지난달 말 경기도 수원시에서 벌어진 일(본지 894호 <‘생태도시 표방’ 수원시의 토종텃밭 ‘강제철거’> 참고)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시에선 탑동시민농장에서 토종작물을 재배하던 박영재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대표 등에게 지난해 11월말 ‘분양기간(매년 4~11월)이 끝났으니 작물을 옮겨달라’고 연락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4월 분양을 앞두고 3월말 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확히 토종텃밭에 어떤 작물이 심겨져 있는지 확인 못한 것에 대해 박 대표에게 죄송하단 뜻을 전했다. 다만 토종텃밭 관리 부실에 따른 민원이 여러 번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기에, 박 대표 또한 이를 잘 관리하는 게 필요했다”고 밝혔다.

김정숙 수원시도시생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일은 도시농업과 관련해 민·관 간의 소통이 좀 더 잘 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민·관 간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며 도시에서도 지속적인 농사를 추구하는 도시농민들의 입장과 더 많은 시민들이 농업을 체험토록 하고 농장 조성을 통한 경관 조성까지 고민하는 지자체의 입장은 종종 부딪친다. 입장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도 안정적 민·관협치 체계는 중요하다.

이복자 텃밭보급소 이사장은 “3년 전 경기도에 도시농업 관련 민·관 협력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재 경기도 도시농업은 기술 부문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정책 부문은 경기도청에서 담당하는데, 이렇게 가면 협력이 잘 되기 어렵더라”며 “안정적인 민·관협치 논의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도시농민들로선 일일이 관계자들 쫓아다니며 설명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어렵다. 기초부터 중앙까지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종합적 논의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라 강조했다.

안정적 땅 찾기 힘든 도시농민들

민·관협치는 왜 중요할까. 시민들만의 힘으론 농지를 구하기도, 지속적으로 농사짓기도 어렵다. 따라서 당사자들 간 지속적 논의를 통해 안정적인 도시농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복자 이사장이 운영에 참여 중인 경기도 용인시 흥덕농장은 지난해 경기도의 공영농장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쓰레기장이었던 흥덕농장 자리는 도시텃밭 자리를 찾던 텃밭보급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논의를 거쳐 2018년까지 텃밭으로 함께 운영했다. 그러다가 LH의 해당지구 담당자가 바뀌면서 흥덕농장은 폐장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이 이사장 등은 경기도의회 용인시의원을 만나 이곳을 경기도가 운영하는 공영농장으로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도 동의해 흥덕농장은 공영농장으로 살아남았다.

한편 서울시 강북구의 강북마을텃밭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강북구 도시농민들은 LH로부터의 마을텃밭 토지 임대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LH에 토지 재임대를 요구했지만, LH는 여러 이유에서 토지 재임대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강북구 도시농민들은 LH 및 강북구청, 서울시청 등을 방문했고 박원순 시장도 만났다. 이들의 노력 결과 서울시는 강북구에 도시농장을 조성하는 계획과 예산을 수립했다.

흥덕농장과 강북마을텃밭 사례 모두 최악의 상황은 극복했지만, 도시농민들이 일일이 발로 뛰지 않았으면 농지 확보도, 농사도 어려웠을 것이다.

노들텃밭을 계획하고 운영에 참여했던 조기진 전 노들텃밭 농사팀장은 “도시농업 과정에서 개발논리에 밀려 농지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 모 지자체에선 교통 요지 근처의 토지에서 구청장까지 올 정도로 성대하게 텃밭 개장식을 열더니, 2년 뒤 새 건물을 짓는다는 이유로 텃밭을 폐장한 사례도 있었고, 또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이 기업 소유 토지를 텃밭으로 사용하다가 얼마 후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 내놓아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도시농업 위한 매뉴얼부터

이같은 도시농업의 불안정한 구조를 바꾸려면 현재의 경관 조성, 시민들의 체험 증진 성격 뿐 아니라, 미래 농업이 가진 공익성인 생물다양성·환경보전·공동체 강화 등의 측면 또한 중요시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도시농업은 땅도, 예산도, 사람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협치구조도 완비되지 않았기에 이를 실현하는 게 쉽지 않다.

방미숙 한살림연합 논살림 대표는 안정적 도시농업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에서 도시농업관리사 제도를 만들었다지만, 관리사 교육 과정에선 생태보전 및 생물다양성 확보 관련 내용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지속가능성과 생태보전 관련 내용 중심으로 얼개를 짜고, 시민·행정·전문가의 논의하에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는 게 도시농업의 미래를 기약하는 방법”이란 게 방 대표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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