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경기도 수원시(시장 염태영)가 토종텃밭을 밀어버렸다. 그곳에서 농사짓던 시민들과 최소한의 소통도 없었다. 수년 간 정성껏 재배한 토종작물들을 상실한 수원 도시농민들은 허탈감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시 권선구 탑동시민농장 전역이 시 공무원들에 의해 갈아엎어졌다. 그 과정에서 도시농민들이 심은 각종 토종작물과 허브류, 딸기들도 제거됐다. 현재 탑동시민농장은 1년 단위로 텃밭 분양이 이뤄지는데, 그 기간이 끝났다고 수원시가 밭을 밀어버린 것이다.
지난달 31일 방문했던 탑동시민농장은 황무지와 같았다. 원래 라벤더, 제충국, 캐모마일 등이 자라나고 있어야 할 허브텃밭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기계로 땅을 갈며 할퀴어진 자국만 흙 위에 남아있었을 뿐이다. 갈아엎어진 토종텃밭 앞엔 ‘토종종자원 - 국내의 토종종자를 보전하고 증식시키기 위한 공간입니다. 수원시 농업기술센터’라 쓰인 팻말이 서 있었다.
도시농민들은 분노와 당혹감에 말을 잃었다. 박영재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대표는 “텃밭을 갈아엎기 전 도시농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며 “하다못해 통보라도 했으면 거기서 자라던 작물들을 옮겨 심던가, 특정 구간은 나중에 갈아 달라 말이라도 했을 텐데,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갈아엎었다”고 증언했다.
탑동시민농장에서 농사짓던 또 다른 주민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농장 정문이 잠긴 상태였기에 한동안 텃밭을 돌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농장이 재개방돼 와 봤더니 텃밭이 모조리 갈아엎어져 있었기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고 토로했다.
원래 박 대표 등 토종씨앗 재배농민들이 농사짓던 텃밭은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에 있었으며, 이곳에선 박 대표의 건의로 원래 1년이던 텃밭 분양 기간을 2년으로 늘렸던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탑동시민농장으로 텃밭을 옮기는 과정에서 수원시는 분양 기간을 다시 줄였다.
토종씨앗을 재배하는 밭은 월년생 작물, 그러니까 다음해에 꽃피는 작물이 자라는 만큼 최소 2년은 농사지어야 제대로 작물도 재배하고 흙도 살릴 수 있건만, 현재 탑동시민농장 분양기간은 매년 4~11월로 줄었다. 즉 새 분양기간 시작에 앞서 텃밭을 갈아엎은 것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이번 일은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데다 도시농민들과 소통하지도 않는 지자체의 일방통행이 낳은 참극이라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수원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