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 대표, 업무상 배임혐의 구속

농협중앙회·자회사 등 감사시스템 ‘먹통’ 확인
농민단체 “진정한 농협 개혁 큰 계기로 삼아야”

  • 입력 2008.07.14 14:43
  • 기자명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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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받아오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납품회사로부터 1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이로써 농협중앙회는 민선 3대까지의 회장이 공금 유용과 횡령, 뇌물수수 혐의로 모두 사법처리된 데 이어 최근 축산경제 대표마저 비리혐의로 ‘줄구속’ 사태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사료용 첨가제 생산업체로부터 납품계약 연장 대가로 12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남경우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2년 9월 농협사료(주) 대표이사로 취임한 남 대표는 사료용 첨가제를 만드는 A사 사장 왕모 씨와 함께 만든 유령회사에서 첨가제를 납품하게 한 것처럼 꾸며, 납품대금의 25%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받는 등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2억3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이외에도 2006년 1월 친척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농가에 지급할 사은품 구입예산 3천만원으로 고가의 한약을 사서 감독권한이 있는 농협중앙회 임원 5명에게 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3월 축산경제 대표이사로 임명된 뒤에도 또다른 사료첨가제 납품업체로부터 계약연장 대가와 승진대가로 각각 2100만원과 3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로써 농협중앙회의 축산경제와 농협사료 등 자회사 운영에 대한 ‘자체감사시스템’이 ‘먹통’임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농협사료는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국내 가축사료 생산량 18%를 점유하고 있으며, 연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비리사건에 대해 농민들의 감사시스템을 포함한 ‘농협중앙회 개혁’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까지 농민단체들이 감시·관리시스템을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요구해왔음에도 이를 철저히 묵살했다”면서 “농식품부 내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비리 근절을 위한 감독기관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주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8일 발표한 논평에서 “농협중앙회가 올해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신경분리 등 핵심과제와 농민들의 요구를 희석시키는 등 자체적 개혁추진이란 명분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주범인 축산경제대표이사를 포함, 비리관련 간부 및 직원에 대해 철저히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파면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농은 “농협중앙회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농협개혁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제되어야 하며, 농민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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