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호도, 희로애락 함께하는 나만의 애장품
귀족호도, 희로애락 함께하는 나만의 애장품
  • 장희수 기자
  • 승인 2020.01.1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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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 농산물서 허전한 마음 위로하는 존재로 환골탈태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개비, 식용호두, 귀족호도, 수년을 굴린 귀족호도. 가래나무와 식용호두나무가 자연교배해 귀족호도나무가 생겨났다. 귀족호도를 꾸준히 굴리면 표면이 닳아 광택이 난다.
개비, 식용호두, 귀족호도, 수년을 굴린 귀족호도. 가래나무와 식용호두나무가 자연교배해 귀족호도나무가 생겨났다. 귀족호도를 꾸준히 굴리면 표면이 닳아 광택이 난다.

식용 호두나무와 가래(못 먹는 호두)나무 9속 63종이 북반구 온대·아열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전라남도 장흥에 식용 호두나무도 아니고 가래나무도 아닌 유일무이한 호두나무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인공은 약 300년 전 우리나라 자생 수종인 가래나무와 외래 수종인 식용 호두나무가 자연교배돼 나타난 장흥 귀족호도나무다. 귀족호도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 밖에 없으며 그 열매는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장흥이 서로 다른 기후대(남부 해안지역은 온대성 기후, 북부 산간지역은 한대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귀족호도나무에서 열리는 호두는 내용물이 들어있지 않고 표피가 복층으로 단단하며 주름과 골이 깊다. 따라서 귀족호도열매는 손 운동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13일 취재차 찾은 귀족호도박물관에 한 장흥군민이 아침 일찍부터 귀족호도에 색을 칠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자연에서 나온 손 운동기구라서 좋고, 없으면 허전하다 느낄 정도로 습관처럼 계속 굴리다보면 표면에 광택이 난다. 나만의 구슬이 돼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장흥 귀족호도는 5월 이후 꽃들이 수정이 되면 7~8월에 청과로서 부피가 커진다. 9~10월에는 수확한 호두의 껍질을 벗겨 건조시킨 후 짝을 맞추면 비로소 장흥 귀족호도로 판매된다. 귀족호도나무에서 약 300~400개의 호두가 생산되지만 이 중 귀족호도 정품으로서 판매되는 것은 3%에 불과하며, 최근엔 50% 가량 확대해 보급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김 관장이 귀족호도를 판매해 벌어들인 순수익만 매년 1억원 이상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귀족호도를 찾는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김 관장은 소비자들이 호두를 ‘추억이 담긴 애장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은 긴장을 하거나 혹은 집중해야 할 상황엔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떠는 것처럼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귀족호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와 비슷하게 호두를 굴린다. 습관적으로 호두를 굴리고 수시로 호두를 청소하고 광택을 내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표면이 매끈해지면서 내가 만든 나만의 보석이 된다. 또한 힘들 때나 슬플 때 등 모든 순간에 호두를 굴리며 심리적 안정을 받는 사람이 많아 찾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고 한다.

김 관장은 “식용으로 쓰일 수 없어 찬밥 신세던 호두에 문화와 예술적인 가치를 더했더니, 누군가에게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됐다. 농산물에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농업분야에서 자주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호도는 호두의 본말(옛말)이다. 2003년 호도에서 호두로 표준말을 개정했는데, 귀족호도 및 귀족호도박물관은 그 이전부터 특허등록 후 고유명사로 사용해왔으므로 여전히 ‘호도’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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