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늘농가, 수매가 떨어질까 ‘전전긍긍’

2019년산 저장분 처리 막막
햇마늘 수매가 결정에 악재
농민들, 조직적 투쟁 예고

  • 입력 2019.11.2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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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협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인 계약재배 수매가 투쟁을 다짐했다.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 제공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협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인 계약재배 수매가 투쟁을 다짐했다.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 제공

2020년산 제주 햇마늘의 농협 계약재배 수매가 결정을 앞두고 농민들의 근심이 깊다. 지난 봄에 저장한 마늘이 처치곤란 상태라 햇마늘 가격결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늘은 올해 배추·양파 등과 함께 처참한 폭락을 겪은 품목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마늘이 나오는 제주지역의 농협들은 지난 5월 당시 폭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kg당 3,000원(남도종)으로 수매단가를 책정했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생산비 3,200원엔 못 미치지만 수급전망에 비춰볼 때 준수한 가격이었다.

이후의 가격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육지산 마늘이 나오자마자 가격은 대서종 1,000원대 중반, 남도종 2,000원대 중반으로 형성됐다. 농민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고, 제주 계약재배 물량의 경우 농협들이 적자를 떠안아야 할 상황이 됐다.

제주지역 9개 농협이 수매한 마늘은 총 1만3,000톤이며 이 중 5,000톤이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 이창철 대정농협 조합장은 “도저히 팔 데가 없다. 거래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직 결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판매한 물량만으로도 9개 농협이 모두 엄청난 적자를 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올해 폭락의 여파가 2020년산 마늘에까지 미치게 됐다. 재고 처리가 요원하고 농협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햇마늘 계약단가가 정상적으로 책정되리라 기대하긴 힘들다. 이미 농협이 2,500원 수준의 가격을 논의하고 있다거나 계약물량을 줄인다는 소문이 농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

제주 마늘농가들은 조직적으로 사태에 대응할 태세다. 대정읍·안덕면 농민 40여명은 지난 19일 제주마늘생산자협회 발기인대회를 연 데 이어 다음달 초 창립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조직은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의 제주지부이기도 하다.

농민들은 발기인대회에서 곧바로 성명을 발표, “제주 마늘농가는 세 번의 태풍과 늦은 장마에 파종시기를 놓치기도 했거니와 미리 파종한 마늘밭은 물에 잠기거나 종자가 떠내려가 유례없는 흉작이 예견된다”며 “2019년산 마늘이 지금도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는데 이 상황에 어떤 계약가격을 결정하려는지 몹시 암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제주 농협 재고마늘 5,000톤을 전량 수매할 것 △제주도와 농협이 재고 처리대책을 수립할 것 △2020년산 마늘 계약단가 3,200원을 보장할 것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농민들은 다음달 초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창립총회를 계기로 단결투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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