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농업위기다
기후위기는 농업위기다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9.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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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그레타 툰베리

지난 23일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연설 중인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양. U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23일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연설 중인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양. UN 유튜브 영상 갈무리.

“나는 여기가 아니라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한다.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웨덴의 한 16세 학생이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도중 전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 감소를 실천하지 않고 말로만 떠드는 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질타였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그 학생의 이름은 현재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상징이 됐다. 툰베리 양은 지난해 8월 “더 이상 전 지구적 탄소 배출 총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기후재앙이 닥친다”며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툰베리 양의 뜻에 동참해 올해 2월 15일을 기점으로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 시위’가 125개국 2,000여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기후 악당국가’ 한국

지난 21일 전국 각지의 도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가 진행됐다. 툰베리 양의 호소에 대한 한국사회의 응답이었다. 서울 대학로에 5,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국을 ‘기후 악당국가’라 비판했다. 한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이며, 2015년 기준 기후변화대응지수가 58개국 중 54위인 국가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선언 통한 국가적 대응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 수립 △기후위기 대응 범국가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21일 시위에서 농업계를 대표해 발언했던 이백연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와 110년 만의 폭염과 가뭄으로 수많은 농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농민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계층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집약적이고 환경파괴적인 농업을 벗어나 친환경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진행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인 한국 정부에 대해 ‘기후 악당국가’라 비판했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진행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인 한국 정부에 대해 ‘기후 악당국가’라 비판했다.

기후위기가 농업에 끼친 영향

기후변화는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었던 병해충까지 폭증시키고 있다. 감자 재배농가만 봐도 기후변화 과정에서 풋마름병과 더뎅이병 등의 피해를 입은 농가가 늘었다. 특히 땅 위로 나온 감자의 잎과 줄기가 시드는 풋마름병은 1998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도 늘었다. 지난 3월 14일 아프리카 동남부 말라위,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을 강타한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만명의 농민이 이재민으로 전락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한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도 심화시킨다. 2012년 동유럽과 러시아의 대규모 흉작으로 유럽의 밀 가격은 폭등했다. 미국에서도 당시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쳐 옥수수와 콩 생산량이 격감했고, 영국에선 2013년 4월에 이상 한파로 농민들이 콩, 감자 등의 식량작물 파종을 대거 포기함에 따라, 전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2015년부터 지구촌의 기근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8억2,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흙을 해방시키자!”

지난 19~25일에 걸쳐 탈(脫)화석연료 농업을 주장하는 유럽 각국의 시민들이 독일 브룬스뷔텔에 위치한 비료기업 야라(YARA)를 ‘공격’했다. 시민들은 야라 본사를 기습함과 동시에, 야라가 질소비료 운송용으로 사용하는 철로를 차단하는 활동을 벌였다.

해당 활동은 ‘토양을 해방하라(Free the soil)’란 이름으로 진행된 캠페인이었다. 캠페인 주최자들은 “합성비료의 생산과 사용만으로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며 “합성비료 사용 시 토양의 유기물이 열화돼 탄소 배출이 늘어나고 토양 생식력이 파괴된다”고 밝혔다.

야라 등 전세계 화학비료 생산기업들은 ‘하버-보쉬 공정’에 따라 비료를 생산한다. 해당 공정은 고온 상태에서 철 촉매를 형성해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방식이다. 하버-보쉬 공정은 석유 산업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에 의존해 이뤄지며, 비료 공장을 돌리기 위한 전력 소모량도 막대하다.

야라는 노르웨이의 비료기업으로, 지난해 4월엔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와 함께 미국 텍사스 주 프리포트에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 공장을 세웠다.

자본에 포획된 각국 정부는 자본의 입맛대로 화학비료와 농약 중심으로 농업체계를 짠다. 그 결과 관행농업은 농민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또 하나의 기후위기 주범이 됐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0년 농업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농업계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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