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위기, 이제 농민이 나서야 한다

  • 입력 2020.01.05 18:00
  • 기자명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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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으나, 여러분들은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만을 이야기한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 당장 필요함을 전 세계인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300여 개 시민, 청소년, 노동, 농민, 학계 단체 등이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했다. 그리고 9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7,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올해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153개국 1만1,000명이 넘는 세계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즉시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막대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기후위기가 ‘비상사태’ 수준에 도달했으며 사회와 기업, 정부가 지금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상시대로’ 행동한다면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걷잡을 수 없는 기온 상승이 더욱 심한 온난화를 낳는 ‘온실 지구’를 피하기 위해선 농업부터 교육까지 우리 삶의 방식을 당장 바꿔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발간된 캐나다의 ‘2020 식량 가격 보고서’는 “식량 생산은 예상할 수 없고, 폭염이 가축과 목초지를 파괴하고, 해충과 질병이 창궐하는 미래가 닥쳐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9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약과 제초제 사용을 기존 대비 75% 줄이고, 질소비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분뇨 등 질소가 포함된 퇴비사용을 20% 감축하는 내용의 농업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독일 농민들은 ‘농민들을 환경 오염자로 낙인찍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해 10월과 11월 세 차례에 걸쳐 수천 대의 트랙터 시위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러한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줄이기 위한 생태·환경 중심의 농업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추세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기후변화대응지수 2020에서 세계 61위 중 58위를 차지한 한국은 환경규제로 인한 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소극적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농업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 폭염과 가뭄 피해가 매년 빈발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미국선녀벌레나 꽃매미 등 외래 해충이 확산되고, 먹노린재와 진딧물 등 병충해 창궐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농민들의 문제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이 동식물 생산과 유통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에 대한 환경규제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사용을 줄이고, 생태와 환경을 증진시키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닐과 일회용품,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 친화적 농정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농민들의 환경·생태적 활동에 대한 보상 직불을 확대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업농 육성 정책 즉, 대규모 유리온실과 식물공장, 유전자조작, 대규모 축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먼 거리 수송에 따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지역 내 생산·소비 체계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를 바꾸기 위한 시민사회의 앞선 노력에 우리 농민들도 함께해야 한다. 2020년은 기후위기에 맞서 농민들이 앞장서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이를 논의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할 ‘기후위기 농민 비상행동’을 제안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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