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오대벼 수매가 1kg 1,680원

‘교묘한 가격’에 농민들 쓴웃음

  • 입력 2019.09.08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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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추석을 앞두고 벼베기에 한창인 농부들. 제비떼들이 몰려들어 비어가는 들판을 채우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벼베기에 한창인 농부들. 제비떼들이 몰려들어 비어가는 들판을 채우고 있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강원도 철원의 들판에서는 농민들이 조생종 벼 수확에 여념이 없다. 벼베기에 앞서 올해 추곡수매가가 얼마로 결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철원에서는 동송농협(조합장 진용화)이 수매가 결정의 리본을 끊었다. 벼 1kg당 1,680원으로, 농민들은 대부분 ‘교묘한 가격’이라며 허탈해했다.

지난해 오대벼 수매가는 1,650원. 철원의 4개 농협 중 3개 농협이 1,550원으로 결정한 것을 농민들의 항의로 100원 올려 조정한 가격이다. 제시한 가격보다 낮았으나, 2017년 수매가 1,350원에서 300원 인상한 것이어서 농민들은 농협의 적자발생 우려를 감안해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흑자 발생으로 동송농협의 경우 2회에 걸쳐 1kg당 60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김동익 철원군농업인단체협의회(농단협) 회장은 “작년 수매가에 장려금을 합하면 1,710원이다. 최소 수매가로 1,700원을 제시했었는데 우리 판단이 맞았던 거다. 당연히 올해 수매가는 그 이상의 가격으로 잡혀야 타당하지 않은가?”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이용금 한국쌀전업농철원군연합회(쌀전업농) 회장은 “수매가 결정 전에 농협 측에서 농업관련 단체장 및 영농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쌀전업농에서는 1,800원을 제시했고, 다른 단체에서도 1,750원 이상을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1,680원으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오대벼는 생산량보다 품질유지가 목숨인 품종이다.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여주·이천쌀에 준하는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나, 농협 측에서는 재현율이나 도정수율의 차이로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이유로 반대한다. 이에 대해 김동익 농단협회장은 “그래도 최소 1,730원정도면 농협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철원의 농민 대부분은 지난 몇 년 적자의 그늘에 있었던 농협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고통을 다시 겪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수매가를 대폭 인상하지 못하는 처지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매가 결정은 통계와 시장 분석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수매가 1,680원은 아주 교묘한 가격이다. 30원 인상으로 농협 측의 적자발생 부담률을 최소로 줄이면서 농민이 반발하기도 어렵게 만든 가격”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대마리 농민 박모씨는 “농협이 편하게 가겠다는 뜻”이라며 한마디로 잘랐고, 양지리 농민 박모씨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면서 농민에게 돌려야 할 이익을 줄이는 행태는 정미소 사장들이나 하는 짓”이라 힐난하며 “조합원의 이익을 지켜야 할 농협은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가운 가을 햇볕에 철원 들판은 흔히들 말하듯 ‘황금벌판’이 되고 있다. 심한 봄가뭄으로 흉년 우려도 있었지만, 수리시설이 열악한 곳을 빼고는 평년작 이상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쌀알도 굵어 밥맛이 예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수매가 1,680원이 농민들에게 더욱 아쉬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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